국정원장 "우리가 졌다"…국방장관 "분발하겠다"

유승민 "핵실험도 몰랐는데, 야밤에 핵 쏘면 알 수 있나?"

정부의 '안보 무능'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등 대북 정보를 다루는 두 부처는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관련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이번엔 졌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밤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이 원장은 북한의 핵실험 사전 인지 실패와 관련해 "이번엔 졌다"라는 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국정원장이 현안 보고 도중 '졌다'고 인정했다. '(핵실험을) 숨기려는 사람과 찾는 사람의 싸움인데 이번엔 그걸 졌다'라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도 국정원장의 "졌다"는 발언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7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졌다'는 발언보다는 오늘 어제 발사를 한다는 시점을 몰랐다 라는 것에 대해선 잘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한 것에 대해서도 "(이 원장의 발언이) 만약에 정보기관의 실패로 인정되는 것은 안 된다, 그래서 용어정리를 잘하자는 그런 뜻"이라고 말했다.

'실패했다', '졌다'에 준하는 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핵실험 여부를 사전에) 그 자체를 몰랐다고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 자체를 모른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우리 정보기관만 모르는 게 아니고 세계 정보기관이 모두가 모른 사실"이라며 국정원의 '실패'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이날 미국 <NBC> 방송은 "북학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2주 전부터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미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미 공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된다. 국내 여론을 포기하면서 한일 위안부 협상까지 미국의 뜻대로 움직인 한국에게는 뼈 아픈 얘기가 될 수 있다.

유승민 "핵실험도 몰랐는데, 야밤에 핵 쏘면 알 수 있나?"

국방부 역시 '정보력 부재'가 도마에 올랐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이날 "1,2,3차 핵실험은 모두 북한 외무성 성명을 통해 사전 예고하고 주변국에 통보한 후 가능했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며 "핵실험 직전까지 관련 사항을 집중적으로 예의주시했지만 북한의 은밀한 준비 활동으로 임박 징후를 포착 못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최초 인시 시점에 대해서도 "11시 조금 넘어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신 등 언론을 통해 알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장관은 "(우리 군의) 경계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군은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해왔는데 우리가 분발할 부분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까지도 "많은 사전준비가 필요한 핵실험의 임박 징후도 몰랐는데 북한이 야밤에 산에 숨어서 우리한테 핵미사일을 쏘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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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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