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7차 당대회 앞두고 핵 실험? 가능성 높지 않아

김정은 신년사, '핵-경제 병진 노선' 언급 없어

북한이 올해 5월로 예정돼있는 제7차 당 대회에 앞서 핵 실험과 같은 고강도의 군사적 행위를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집권 3년 차에 발표한 2014년 신년사와 지난해 신년사에서 각각 "병진 노선을 받들고 총공격전을 벌여", "선군정치와 병진 노선을 변함없이 견지하고"등의 언급을 통해 핵 보유와 병진 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병진 노선이 아닌,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제1위원장은 "경제 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나라의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 "우리 당은 인민 생활 문제를 천만 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국사로 내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새해를 맞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경제 개선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운 이유는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 대회를 성대히 치르기 위해서다. 그런데 경제 개선을 위해서는 평화적인 대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김 제1위원장이 당 대회를 앞두고 정세를 긴장시키기보다는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차원에서 병진 노선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신년사에는 국방문제가 앞서 있는데, 올해는 경제와 국방을 순서대로 나열했다"면서 "북한이 향후 경제를 위한 대외적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핵 문제에 대해 다소 신중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원은 "물론 김 제1위원장이 '적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고 언급해 재래식 전력 확충은 이뤄질 수 있지만 핵 실험과 같은 사안에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이 "10월의 경축광장에 펼쳐진 격동적인 화폭들은 핵폭탄을 터뜨리고 인공지구위성을 쏘아 올린 것보다 더 큰 위력"이었다고 평가한 부분도 핵 실험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핵 실험을 하지 않아도 7차 당 대회 같은 행사를 '성과적으로' 치를 수 있는 자산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물론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비롯해 주변 정세의 유동성에 따라 북한의 결정은 달라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고 한다면 북한이 7차 당 대회 전에 핵 실험과 같은 방식은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김동엽 교수 역시 이번 신년사에서 드러난 북한의 가장 큰 목표는 7차 당 대회와 이를 위한 경제 발전이라면서 "김정은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핵을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전략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교수는 7차 당 대회 전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쏜다고 해서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사해서 이득을 보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미사일을 발사하면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이득이 100에서 50으로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런데 이 발사로 인해 북한 내부 결속이 강화될 수 있고, 잘 활용한다면 안보나 군사적인 측면에 지출하는 자금을 줄일 수도 있다"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가 꼭 북한 경제에 해가 되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미-중 관계와 남북관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소위 '주판알'을 튕겨 봐야 발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4월에 최고인민회의와 더불어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등 행사가 많다"며 "축포 개념으로 3월에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 남북관계에서는 원론적 입장

한편 북한은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에 있어 대체로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외세와 야합하여 동족을 반대하는 모략소동"에 매달리고 있다며 "부질없는 체제대결"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동시에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며, 진실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보다 구체적이지 않다"면서도 "상대를 헐뜯는 말만 하는 것보다는 이런 신중함이 (정세에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남측과의 당국회담에 대해서도 일단은 거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민간 차원의 교류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면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열렸다. 8년만에 열린 공식 회담에서 남북은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을 종료했다. ⓒ사진기자협회제공

반면 북한이 예년보다 남한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평가도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연구전략실장은 김 제1위원장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김일성처럼 남한의 주요 인사들과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통일 전선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대북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한 올해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남북관계와 관련, 북한도 '8.25 합의'를 비롯한 남북 합의를 존중하고 남북 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남북간 신뢰를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남북 간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바란다면 조국통일 3대 원칙과 6.15 공동선언, 10.4선언을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지난해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의 합의 정신을 소중히 여기고 그에 역행하거나 대화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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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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