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은 지금 웃고 있을까?

[최성흠의 문화로 읽는 중국 정치] 중국식 사회주의의 미래

마오쩌둥은 혁명가이자 뛰어난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는 다섯 권으로 이뤄진 '마오쩌둥 선집'을 남길 정도로 많은 저작과 연설문을 남겼다. 그 중에서 마오쩌둥 사상의 핵심을 이루는 저작은 <실천론>과 <모순론>이다. 1937년에 발표된 두 저작은 인식론과 존재론에 관한 것으로, 중국공산당의 이념과 정책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진리'로 받들어지고 있다.

그는 실천론에서 "진리의 표준은 실천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추진할 때도 인용했고, 지금도 중국공산당이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면 늘 하는 말이다. 그는 또한 마르크스주의는 진리로 확정된 것이 아니며, 실천을 통해 부단히 진리를 인식하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천을 통해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사물의 내부에는 모순이 존재하고, 모순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순론의 내용을 잠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모순의 보편성과 모순의 특수성의 관계는 모순의 공성(共性, 공통 성질)과 개성(個性, 개별 성질)의 관계이다. 공성은 일체의 과정에 존재하는 모순이며, 일체 과정의 시작과 끝을 관통한다. 모순은 바로 운동이며, 사물이며, 과정이며, 사상이다. 사물의 모순을 부정하는 것은 일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공통의 원리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외는 없다. 고로 공성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성은 일체의 개성 중에 포함되어 있으며, 개성이 없으면 공성도 없다."

실천론과 모순론을 종합하면 마르크스의 유물변증법은 모순의 공성이고 중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은 모순의 개성이므로 중국의 혁명은 중국이 처한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오쩌둥 사상의 문화적 뿌리

여기서 마오쩌둥의 실천론과 모순론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한 것은 그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진짜 목적은 마오쩌둥이 얼마나 유교 문화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위에 인용한 부분에서 모순의 공성을 덕(德)으로 바꾸고, 모순의 개성을 성(性)으로 바꾸어 읽으면 유가 사상이 된다. 혹은 모순의 공성을 리(理)로 바꾸고, 모순의 개성을 기(氣)로 바꾸어 읽으면 성리학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마오쩌둥이 의도적으로 주자학의 존재론을 차용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며 문화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다. 마오쩌둥의 실천론도 양명학의 지행합일설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말을 할 때 반드시 일정한 어순을 따른다. 다시 말해 그 때 그 때 수만 가지 단어에서 고른 단어를 문법의 구조에 얹어서 문장을 만들어낸다. 모국어의 문법은 따로 배울 필요도 없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고, 내 머리 속 깊숙이 내재되어 능숙하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에도 구조가 있고, 문화에도 구조가 있다. 그래서 중국에 사는 사람들은 중국 사람처럼 생각하고 중국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다. 마오쩌둥도 중국 사람으로서 마르크스주의를 이해하고, 그의 사상을 정립했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를 두고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라고 설명한다.

중국의 헌법에 "국가의 임무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정에 따라 역량을 집중하여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중국이 가는 길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것이다.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덩샤오핑이다. 그가 중국공산당 제12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마오쩌둥사상에 입각하여 "마르크스주의의 보편적 진리와 중국의 구체적 실제를 결합하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건설하자"고 연설한 후 당의 공식적인 노선이 되었다.

이 개념이 헌법에 명문화되는 과정을 보면 중국의 현행 헌법의 모태인 82년 헌법에 우선 '사회주의 현대화'가 명기되고, 88년 헌법에 사영 경제를 보장하는 내용이 추가된 후 93년 헌법에 '사회주의 시장 경제'와 함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명시되었다. 개혁 개방 정책이 이론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덩샤오핑을 개혁개 방의 총설계사라고 부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명분, 지속될 수 있을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덩샤오핑의 역사 인식인 '사회주의 초급 단계론'에 기초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가 되긴 했지만 생산력이 낙후되어 진정한 사회주의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1956년부터 중국이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진입했으며 이후로 100년은 생산력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기간 동안 그 어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행한 적이 없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실시해서 경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오쩌둥이 이미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했는데 새삼스럽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중국적' 사회주의가 헌법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주의 국가를 예로 들자면 영국, 프랑스, 미국 등등 서구의 선진국들이 각기 다른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 영국적 민주주의, 프랑스적 민주주의, 미국적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는 않는다. 각국의 실정에 따라 제도는 다르지만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구현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경험했던 우리는 중국적 사회주의의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경제 발전이라는 절대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기본 정신을 유보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한국적 민주주의였다.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애국심을 고취시켜서 총화단결로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한국적 민주주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고 지금은 더 이상 한국적이라는 접두사를 민주주의 앞에 붙이지 않는다.

지금 중국은 헌법에 있는 '노동자가 영도하는 인민민주국가'라는 구절이 무색하게 더 이상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덩샤오핑이 제기한 "먼저 부자가 되자"는 선부론(先富論)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고도성장의 영도자들은 붉은 자본가가 되어 돈과 권력을 한 손에 쥐게 됐다. 사회주의가 지향하고 있는 기본 정신이 유보되었고, 노동자 농민의 권리는 제한되었다. 중국을 국가 독점 자본주의라는 말에 비유하자면 공산당 독점 자본주의 국가가 된 것이다.

덩샤오핑이 약속한 대로 2050년쯤이면 사회주의 초급단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보다 먼저 시진핑이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2020년에는 비교적 안정된 사회라는 소강(小康)사회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중국적 사회주의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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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대륙연구소, 북방권교류협의회, 한림대학교 학술원 등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중국의 관료 체제에 관한 연구로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연구로 건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 권으로 읽는 유교> 등의 번역서와 <중국 인민의 근대성 비판>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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