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놓고 보훈처-서울시 기싸움

보훈처 "게양대 상시 설치" vs. 서울시 "도심 한복판에 초대형 국기 게양대?"

국가보훈처가 광화문 광장 내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두고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다. 보훈처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분쟁을 해결하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태극기 게양대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 관계자는 2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 참석한 자리에서 태극기 게양대의 상시 설치를 전제로 서울시와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서울시가 최종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이 사안을 조정위원회로 가져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8월 25일 상시 게양대 설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서울시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다면 오는 12월 31일까지만 가능하며, 광화문 광장 옆에 위치한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설치한다면 내년 8월 15일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보훈처는 게양대의 상시 설치가 사업의 전제 조건이었다면서 서울시와 이후 협의를 지속했으나 서울시는 지난 11월 23일 한시적 설치만 가능하며 상시 설치를 하고 싶다면 정부서울청사 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정부 시설 부지 내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최종 입장을 통보했다. 이후 협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조정위원회를 받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본 사업의 취지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이라는 중차대한 상황이 있고, 국가 상징인 태극기를 염두에 두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마 쉽게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일단 조정위원회 단계를 밟고 다음 단계는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상시 설치 vs. 보훈처가 '한시적 설치'로 보고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두고 쟁점이 되는 사항은 태극기 게양대의 상시 설치 문제다. 보훈처는 상시 설치를 전제로 서울시와 협의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양 기관이 이 사업과 관련해 맺은 양해각서(MOU)에는 상시 설치가 명시돼있지 않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MOU를 (체결)할 때는 계약서처럼 구체적인 액수라든가 내용, 날짜 등을 명시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만 약 10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단지 2~3개월 (태극기를) 걸겠다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면 기획재정부에서도 예산 승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6월 2일 양해각서를 맺었을 때 상시 설치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2일 보훈처에서 서울시장에 관련 사업을 보고했을 때 올해 8월 15일부터 내년 8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8월 15일까지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7월 30일 조형물심의위원회, 8월 11일에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개최했고, 내년 8월 15일까지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보훈처의 의견을 존중해 △내년 8월 15일까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설치하는 안과 △올해 12월 31일까지 광화문 광장에 설치하는 안을 지난 8월 25일 보훈처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보훈처가 이 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이후 협의가 계속됐는데, 서울시는 올해까지만 광화문광장에 설치하는 것은 기간이 짧기 때문에 두 번째 안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2017년 3월까지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2017년 3월을 제안한 이유는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2017년 3월부터 '의정부 터 원형 회복 추진 사업'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훈처는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영구적으로 설치해둘 것을 주장했고, 이에 서울시는 원형 회복 사업이 시작되면 게양대의 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영구 설치를 하려면 정부 시설 부지 내에 설치하라고 통보했다. 이후 양측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조정위원회로 사안이 옮겨지게 됐다.

한편, 서울시는 △선진 국가의 도시 중심에 초대형 국기 게양대를 상시 설치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가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등의 이유로 태극기 게양대의 상시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당초 보훈처는 높이 70미터 정도의 게양대를 제작하려 했으나, 서울시는 디자인과 안전성 등에 대한 검토 이후 규모를 축소할 것을 제안했으며 이에 광복절을 상징하는 45.815미터로 최종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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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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