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어떻게 담배 ISD에서 완승했나?

[송기호의 인권 경제] 론스타 사건, 한국도 호주처럼 완승할 수 있을까?

호주(오스트레일리아)는 담배 회사 필립 모리스와의 수조 원대 국제 중재 사건에서 이겼다. 중재 판정부는 사건을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담배 회사에게 패소 판결했다.

호주의 승소는 한국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도 론스타의 5조5400억 원(46억7950만 달러) 사건에서 이길 수 있을까?

호주는 애초 국제 중재 처음부터 담배 회사가 국제 중재를 회부할 자격이 없다는 관할권 문제를 집요하게 문제를 삼았다.

담배 회사 '필립 모리스 홍콩'은 2011년 2월에 '필립 모리스 호주'의 주식을 취득한 후에, 이 홍콩 회사의 이름으로 호주를 국제 중재에 회부했다. 회부 대상은 호주의 담배 단순 포장법이었다. 담뱃갑에 시선을 끄는 상표, 로고, 브랜드, 디자인, 심볼, 단어, 제조 회사 이름을 일체 표시할 수 없도록 한 법이 홍콩 담배 회사의 상표권을 침해했고 투자 이익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호주 정부는 바로 이 대목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이미 호주에서는 1992년에 담배 광고 금지법이 있었고, 2010년 4월에 호주 정부는 앞에서 본 담배 단순 포장법을 예고했다. 이 때 이미 필립 모리스 그룹은 이 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호주 정부에 제출했다.

즉 홍콩 담배 회사가 호주 담배 회사에 '투자'를 하기 전에 이미 담배 단순 포장법은 시행될 예정이었고, 이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일어났다.

▲ '말보로' 담배를 생산하는 필립 모리스가 호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에서 졌다. ⓒ연합뉴스
호주 정부는 날카로웠다. 홍콩과 호주의 투자 협정에 '매 시기 적용되는 법률과 정책에 따라 인정된 투자'가 협정의 보호를 받는 투자라고 정의한 것을 근거로 해서, 홍콩 담배 회사의 호주 투자는 담배 단순 포장법의 적용을 전제로 인정된 것이라고 따졌다. 호주의 담배 규제를 잘 알고 투자한 홍콩 담배 회사가 호주를 국제 중재에 회부한 것은 권리의 남용이라고 관할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완승을 거두었다. 담배 회사는 정식으로 본안 심판을 받아 보지도 못한 채 패소했다.

한국은 어떠한가? 내년(2016년) 1월 5일, 마지막 중재 심리가 헤이그에서 열린다. 론스타의 한국 투자 또한 한국의 법률과 정책을 준수해야 한다고 한국-벨기에 투자 협정에 명시돼 있는 점에서 동일하다.

애초 론스타의 한국 투자 자체가 은행법의 금산 분리 조항 위반이었다. 론스타는 산업 자본을 의미하는 '비금융 주력자'였다. 그러므로 은행법상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다. 필립 모리스 홍콩이 홍콩-호주 투자 협정에서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투자를 하지 않아 패소한 것처럼 론스타 또한 한국-벨기에 투자 협정에서 보호 대상인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론스타는 패소가 마땅하다.


이 점은 론스타가 주장하는 세금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론스타의 투자 차익에 대한 과세 문제는 2012년의 한국 행정법원에서부터 올 해의 헌법재판소에 이르기까지 국내 사법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아직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대법원 2015 두 55134 사건). 이런 경우에는 세금 문제를 국제 중재에 회부할 자격조차 없다.

과연 한국은 호주처럼 완승할 것인가? 관건은 과연 얼마나 한국의 공무원들이 론스타 투자의 부적법성을 예리하게 제기하느냐에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시 론스타 투자를 적법하다고 승인해 준 사람들이 중재 장소의 대한민국 자리에 앉아 있다.

호주의 피터 윌슨 의원이 지적했듯이 투자자-국가 중재 제도(ISD)는 한 가닥 머리카락에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다모클레스의 칼(Damocles Sword)'이다. 호주도 승소하는 데에 500억 원의 변호사 비용을 써야 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 칼을 끌어내려 두 동강이를 내 땅에 묻어 버려야 한다. 그래야 대중은 자신의 이익을 법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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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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