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경찰 투입? 불교계 짓밟는 것"

경찰 "조계종 입장 고려 안 해"...9일 오후 충돌 예상

대한불교조계종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영장 강제 집행 예고에 대해 "조계종, 나아가 한국 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라며 비판했다. 조계종이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 이후 종단 차원의 입장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조계종은 9일 오전 발표문을 내고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 병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경찰은 9일 오후 4시로 시한을 설정한 뒤 이때까지 한 위원장이 자진 출석하지 않으면 경력을 투입해 체포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기자 간담회에서 "강제 집행이기 때문에 조계사나 조계종 입장은 고려하지 않겠다"며 영장 집행 강행을 예고했다.

▲9일 조계사를 둘러싼 경찰들. ⓒ프레시안(최형락)

조계종은 이에 대해 "경찰병력이 조계사에 투입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이날 오전 조계사를 방문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을 만나서도 "강압적인 공권력 행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민변은 이날 한 위원장의 보호 요청을 위해 도법 스님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석한 권영국 변호사에 따르면, 도법 스님은 '12월 5일 집회도 여러 중지가 모아져서 원만하게 이뤄졌듯 마무리도 평화롭게 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변호사는 "공권력이 힘으로 밀어붙여 평화 깨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9일 민변 변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사 측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보호를 요청했다.ⓒ프레시안 (최형락)

도법 스님은 아울러 민변 측에 노동개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국민 토론회' 준비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노동 문제에 대해 노사가 아닌 정부와 노동계가 싸우는 데 개탄스럽고, 특히 정부가 조정자가 아니라 우월적 지위를 가진 선수로 있는 현실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에 대해선 '조계사에서 잘 보호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 측과 한 위원장과의 면담은 불발됐다. 권 변호사는 "현재 한 위원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여부가 경각에 달려 있어 조계사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어 면담은 적절치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예고대로 영장 집행을 위해 조계사 내 경력을 투입할 경우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조계사 주변에는 600여 명의 경찰력이 투입됐으며, 오후께는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모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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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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