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남한보다 영국이, 또 미국이 좋아요!"

[한반도 브리핑] 제3국으로 가려는 탈북자, 막으려는 선진국

2004년 미국에서 북한 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한국에서도 북한인권법 제정이 논의되었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둘러싸고 쟁점 사안들을 해소하지 못했다. 논란이 됐던 것은 몇 가지가 있다. 법의 명칭을 '북한인권법'으로 할 것인가, '북한인권증진법'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 보호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북한인권증진법은 북한 인권 향상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점에 대해 여야는 북한인권증진법으로 타협을 하고 있다.

북한인권법 추진 상황

논란이 되었던 것은 또 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 문제다. 기록보존소는 북한인권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동서독 분단 상황에서는 서독이 기록관리소를 만들었다(1961년 12월 24일). 기록보존소 존재 자체가 동독의 인권 탄압을 억제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야 사이에 논란이 됐던 것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통일부에 둘 것인가, 법무부에 둘 것인가 문제였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가 주요 업무이므로 통일부에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의 설치도 논란이 됐다. 북한 인권 문제는 민감하므로 제3의 기관으로서 북한인권재단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인권재단은 설치하되 국가인권위원회와 역할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여당과 야당의 의견은 좁혀지고 있다. 한편,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은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또한 북한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남북 교류 협력도 중요하므로 남북 교류 협력과 북한 인권을 균형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을 제정한다고 하더라도 실효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도 존재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이 북한 인권의 핵심 주제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려는 한국 내에서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인 고려가 많이 작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이러한 실효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 제정이 정의를 실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인권법과 통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동안 다양한 의견이 있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통일이 되면 북한 인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통일과 북한 인권의 상호관계를 밝혔다.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단체들은 북한 인권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통일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통일 운동 단체들 가운데는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면 북한 인권이 증진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북한 인권 문제보다 우선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남북 교류 협력과 북한 인권 증진을 병행해서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인권법의 실효성과 탈북자 정착 문제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면 그것이 북한 인권 증진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고, 북한이 강력하게 반대하여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인권법 제정 논의는 '남북 인권 대화'라는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어 내어서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추진력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가 탈북자 정착 문제다. 탈북자 정착은 북한 인권 문제 가운데서도 한국 사회와 국제 사회가 관심과 지원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실효성 높은 방안인 것이다.

<세계 난민 현황 보고서(Global Trends Forced Displacement in 2014)>에 따르면 북한 국적의 난민은 1282명이고 현재 망명 신청 중인 240명을 포함하면 1522명이다. 한편, 한국방송(KBS)은 2014년에 한국보다 해외 정착을 선호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탈북자 김관섭 씨. ⓒ프레시안(최형락)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난민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2만7518명의 탈북자가 살고 있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에 대해 임대 주택 제공을 비롯한 정착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한국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는 않다. 2014년 탈북자들의 평균 임금은 한국 노동자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인 월 1100달러 정도이다. 이들의 평균 실업률은 9.7%로 이는 한국 평균의 3배이다.

탈북자들은 난민으로서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정착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한국보다 영국을 선호하는 탈북자들이 많다. 한국에 입국했다가 영국으로 이주한 한 탈북자는 "영국 정부의 난민 지원은 한국의 탈북자 지원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훨씬 더 많고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에게 학교, 병원, 주택 수당, 취업 수당을 비롯해 모든 사회 복지 혜택을 영국 국민과 똑같이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고, 통역까지 제공해준다.

탈북자 난민 신청이 기각되는 이유

영국 시민권 취득 정책은 망명 허가 비자를 받고 5년을 살면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고, 영주권 취득 이후 1년이 지나면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영국에는 2004년 탈북 난민 3명이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650여 명이 정착했다. 대부분 탈북 난민들이 2007년, 2008년 사이에 많이 영국으로 들어왔다. 80% 이상의 영국 정착 탈북민들이 현재 시민권 신청 권리가 주어지거나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영국이 한국보다 복지 정책이 잘 돼 있고 이민자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에게는 영국이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영국에 가서 난민 신청을 했다. 한국에 입국하면서 한국 국민이 됐다는 사실을 숨긴 것이다. 물론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탈북자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인들 가운데 이런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이 줄어들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013년에 전 세계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탈북자가 71명이라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이뤄진 탈북자들의 망명 신청 480건 가운데 승인된 건수는 71건이었다. 412건이 기각됐다.

국가별로는 캐나다가 107건을 심사해 86건을 기각하고 21건만 승인했고, 영국이 35건을 심사해 10건만 승인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각각 심사한 128건과 91건 모두 기각했다. 2012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341건이 승인되고 204건이 기각됐다.

기각률이 급증한 것은 각국 정부들이 탈북자들에 대한 난민 심사를 크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2007년 처음으로 한 명의 탈북자를 난민으로 수용했다. 2012년에 222명, 2013년 21명을 포함해 총 472명의 탈북자에게 난민 지위를 제공했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는 2014년 1월부터 12월까지 618건의 탈북자 난민 신청을 심사해 단 한 명에게만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 2015년에는 1/4분기까지 탈북 난민 신청이 44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18건에 대해 난민 지위를 거부했고, 26건은 신청자 스스로 심사 신청을 철회하거나 심사를 받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탈북 난민 인정이 줄어든 이유는 심사 요건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한국에 정착한 후 다시 캐나다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이른바 '위장 탈북자'를 색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를 추방 조치했다는 경우도 있다는 소식이 있다. 영국에서도 영국 정부가 북한 난민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한 이후 40~50여 명은 비자를 취득하지 못한 채 거주 안정의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 해외 대사관으로 뛰어드는 탈북자들. ⓒ프레시안 자료사진

미국의 북한 난민 실상

미국에는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2006년 회계연도에 처음으로 9명의 탈북 난민이 입국했다. 이후 2015년까지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 수는 186명이다. 미국은 2007 회계연도에 22명, 2008 회계연도에는 37명, 2009회계연도에 25명, 2010 회계연도에 8명, 2011회계연도에 23명을 탈북 난민으로 수용하는 등 매년 평균 20여 명의 탈북 난민이 미국에 정착했다.

미국 정부는 탈북 난민들에 대해 약 8개월 동안 매월 200~300달러 정도의 현금과 의료 보험, 식품 구입권 등을 제공한다. 탈북자들은 미국에 정착한 지 1년이 지나면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영주권을 받을 수 있으며, 5년이 지나면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인간은 누구든지 좋은 환경을 추구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듯이 탈북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은 탈북자들은 늘어나는데, 다른 나라들은 탈북자들의 난민인정을 더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 Watch)와 같은 국제 인권 단체들은 중국 정부에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탈북자의 강제 북송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1967년 유엔난민협약 가입국이지만 중국 내의 북한 주민들을 일괄적으로 불법 경제 이민자로 규정하고 계속 북으로 보냈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신분증을 만들 수도 없고, 공안의 추적으로 불안정한 조건에 처해 있다. 한국의 시민 단체들은 이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으며 폭력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주 등 기본 생존권도 박탈당하고 있고 성폭력과 인신매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통상적으로 각 회계연도 말에 새로운 난민 쿼터를 발표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유럽의 시리아 난민 부담이 가중되자 기존의 쿼터를 재검토해 2016년 8만5000명, 2017년 1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난민 문제가 국제적인 현안이 되면서 미국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이슈가 될 것이다. 이미 민주당의 마틴 오말리 후보,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후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난민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후보들도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IS)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탈북자 난민 인정을 위한 미국의 노력이 필요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미국의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탈북자들이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할 경우에는 미국 내에 있는 200만 재미 동포들이 그들의 정착에 지원 세력이 될 것이다. 영국의 경우에도 탈북난민들이 재영 한국인들과 협조하여 생활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재미 한국인 사회의 의견이 단일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 한인 사회의 존재는 탈북자 난민 수용에 긍정적인 배경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재미 한국인들이 미국에 정착할 때에 비해서 탈북자의 난민 수용이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 있는 셈이다. 탈북자들이 재미 한인 사회의 지원으로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할 경우 언어나 가치관, 생활문화 등의 차이점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협력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한국에 입국해 정착한 탈북자들에게도 선택의 권리를 부여해, 미국에 이민이나 유학을 희망하는 탈북자들에게는 유엔 고등판무관의 지원으로 그들의 선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북한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영국이나 캐나다가 난민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집행하면서 탈북자들이 국제 사회에서 다양하게 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좁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수용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미국이 탈북 난민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경우 영국, 캐나다를 비롯하여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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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고려대학교, 경남대 북한대학원, 동국대 대학원, 평화연구소, 한국사회연구소에서 학술 및 연구 활동을 벌였고 1998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책실장을 지냈습니다. 2003년부터 청와대 NSC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재 (사)한반도 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 코리아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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