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희망스크럼' 제안에 당내 86그룹 '격앙'

박원순도 사실상 거절…안철수는 '부글부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 희망스크럼(문재인안철수박원순 희망스크럼)'을 제안하며 "대표의 권한을 나눌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당 지도부 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희망스크럼'에 대한 오영식 최고위원의 입장"을 내고 "이러한 제안이 또 다시 최고위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이루어지고, 국민과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권한과 진퇴가 당사자들의 의사나 협의 없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 또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호남 간 문재인 "아주 광범위한 인적 쇄신 필요"문재인 "안철수, 박원순과 희망 스크럼" 제안)

오 최고위원은 "문-안-박 연대가 희망의 스크럼으로써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당을 어떻게 혁신하고, 통합해 새로운 당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삼자간의 공동 합의와 비전 제시가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오 최고위원은 "오늘 문 대표의 제안에서 '대표 권한을 나눌 용의가 있다'는 것이 앞서면서 '혁신과 통합'을 위한 말 그대로의 '희망스크럼'이 아니라 또 다른 지분나누기, 권력나누기가 아니냐라고 곡해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오 최고위원은 "향후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최고위원들과 협의하여 입장을 정해 나가겠다"고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전대협' 세대로 86그룹(과거 386그룹)을 대변하는 오 최고위원은 지난 9월 문 대표가 10차 혁신안에 재신임을 연계했을 때에도 "지도부와 상의 없이 재신임을 결정했다"며 반발한 적이 있다. 이같은 당내 반응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29재보선 참패 후 문 대표가 광주에 낙선 인사를 하러 내려갔을 때에도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도부와 상의 없이 문 대표가 개인 행보를 왜 하느냐"는 말들이 터져 나왔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향후 문 대표가 제안한 '희망스크럼'을 두고 당이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안철수-박원순 모두 미적지근

희망스크럼 구상의 한 축인 안철수 의원은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해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입장인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또한 안 의원은 "당의 혁신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며 문 대표를 비판하고 있는 중이다.

양 측의 분위기도 험악하다. 이날 문 대표 측의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안 의원을 압박하며 "(문) 대표는 더 성의있게 프로포즈를 하고, 안 전 대표는 너무 많은 혼수를 가져오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안 의원 측을 자극했다. 안철수 의원실은 별도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문재인 대표 측근인 최재성 의원의 혼수 운운 발언은 혁신의 본질을 호도하고 협력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안 의원이 문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다. 박 시장은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문 대표는 통합을, 안 전 대표는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며 "나 역시 통합과 혁신에 대한 바람은 간절하지만 지금은 시장으로서 (현행법상) 나설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혁신위원회가 많은 혁신을 가져오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국민도 충분히 감동할 만큼 혁신이 잘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을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여러 분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희망스크럼 제안에 당내 비주류는 들썩이고, 박 시장은 안 의원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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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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