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에 당국회담 제안 사실상 거부 당해…왜?

당국회담 최대 걸림돌, 대북 전단?

남북 간 8.25 합의에 따라 남한이 북한에 당국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북 전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회담에 나서지 않겠다는 북한과, 전단 문제를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남한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결과로 해석된다.

6일 정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 9월 21일 정부가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10월 2일에 당국회담 예비접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9월 23일 답신을 통해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 인권법 제정 논의, 북한 도발설 확산 등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들이 남북 대결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며, 남측 제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정부는 다음날인 9월 24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이번 접촉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비접촉 제의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후 북한의 반응은 없었고, 정부는 10월 30일 재차 예비접촉을 제의하는 전통문을 보냈지만 북한은 "아직 받으라는 이야기가 없다"면서 이를 수령하지 않았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통문을 받으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하고 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유독 당국회담에 나오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이 당국자는 "평가 영역이기 때문에"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당국회담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하지 않으면 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지난 2014년 2월 고위급접촉부터 일관되게 요구했던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전단 살포를 막기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이에 북한이 회담 거부라는 카드를 내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가 중지되는 것을 회담 개최를 위한 최소한의 여건 조성, 분위기 조성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 향후 당국회담을 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회담, 또 하나의 걸림돌은

한편 이 당국자는 "8.25 합의 이후 민간 부문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고 지난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도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북한이 회담에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사 당국회담 예비접촉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 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다.

실제 남북은 지난 2013년 남북당국회담 예비접촉을 통해 서울에서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수석대표의 격 문제 때문에 회담 시작 하루 전에 회담을 무산시켰다.

이번에 예비접촉을 보내는 전통문에서도 '격' 문제가 드러났다. 정부는 9월 21일 회담을 제의하는 통일부 장관 명의의 전통문을 북한에서 통일전선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 비서 앞으로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23일 김양건 비서의 명의가 아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명의의 답신을 통일부 앞으로 보냈다.

통일부의 회담 상대는 통일전선부가 되어야한다는 남한의 입장과 조평통이 상대하면 된다는 북한의 입장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격' 문제는 지난 8월 22일 이른바 '2+2'고위급 회담 때도 감지됐다. 당시 북한은 김양건 부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회담을 제의했다. 하지만 남한은 안보실장의 회담 상대는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라면서, 총정치국장이 회담에 나오라고 역제의했다. 북한이 통일전선부장과 통일부 장관의 단독 회담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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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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