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안철수, 자신 걸지 않으면 정치 못 바꿔"

"양당 구도 깰 수 있다면 총선 출마…정치 의병 필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과 함께 신당 창당을 추진했지만, 안 의원의 급작스러운 합당 발표로 좌절하고 은둔한 김성식 전 의원이 1년 6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김성식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에게 "지금이라도 제가 서 있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해 '신당 러브콜'을 다시 보냈다.

김성식 전 의원은 4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프레시안>과 <시사통 김종배입니다>가 공동 주관한 '정치통'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제가 떠난 게 아니라 안 의원이 새 실험을 하고자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간 것이고, 이제는 실험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자기 결산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팟캐스트 바로 가기 : 김성식 "여도 야도 거꾸로...안철수 자신 걸어라")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 의원은 안 의원이 2014년 3월 돌연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합당 선언을 함으로써 신당 추진의 꿈을 좌절시킨 데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김 전 의원은 "분명한 것은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합당한 순간 안철수의 새 정치는 없어진 것"이라며 "낡은 이념, 지역 중심의 양당 구도가 계속되는 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안 의원이) 과연 새 정치를 잘 관철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안 의원) 본인이 원래 초심으로 제 자리에 돌아온다면, 국민이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한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밖에서 다시 '새 정치 바람'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식 전 의원이 4일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정치통 공개 방송에 출연해 1년 반 만에 침묵을 깼다. ⓒ프레시안(최형락)

안 의원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대신에 '자체 혁신안'을 내고, 당 지도부에 답변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자신을 걸지 않으면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고 쓴소리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재보선 다음날 '혁신 토론회'…문재인 압박)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 쇄신파였던 시절 "내가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지 않으면 탈당한다고 해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꼼짝 안 했다. 탈당하니까 비로소 움직였다"는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안 의원에게도 "문재인 대표에게 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청산을 아무리 얘기해도 안 먹힌다. 정치 변화를 위해 할 말은 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걸까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내년 총선 "양당 구도 깰 수 있다면 안 나갈 이유 없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정치판을 바꿔내고 정계를 개편할 수 있다면, 안 나갈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런데 과연 20대 총선에서 우리 정치판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지 의문"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김 전 의원은 "이제는 새로운 정치 세력과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신당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면서 "양당에 의존하지 않고 국민과 더불어 정치판을 바꿔보겠다고 하고, 지역주의를 걷어차고 (선거에서) 떨어질 한 판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정치 의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의병'의 개념에 대해 "양당의 공천을 받지 않고, 힘들겠지만 험지에 가서 단 몇 석이라도 당선자를 내고, 국민에게 쐐기가 돼 드리는 것"이라면서 "국민이 망치처럼 쐐기를 박아주시면 아무리 강한 양당 구도라도 깨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동료 정치인을 상대로 정치 의병을 규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만나긴 만났는데, 정치 의병이 많지 않더라"라면서 "기존 정당에 계신 분은 잘 못 움직일 것 같다"고 답했다.

최근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푸른숲 펴냄)라는 책을 통해 안철수 의원을 비판한 금태섭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에 대해서는 "저는 금태섭 변호사를 참 좋아하고 걱정도 하는데, 만에 하나라도 공천을 받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지는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금태섭 "安 연설문도 박경철 작품, 후보 사퇴도…")

▲ 왼쪽부터 김종배 시사평론가, 김성식 전 의원,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새누리당, 시장 경제와 총수 경제 구분 못 해"

한국 정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전 의원은 "두 정당이 오랫동안 지역과 낡은 이념 논쟁으로 표 얻는 데 익숙하다 보니, 서로 합의하고 조정해야 할 문제 해결 능력이 제로"라면서 "복지를 늘리고 세금을 내야 하는데, 야당이 되면 죽어도 세금 올리자는 얘기를 안 한다"고 비판했다.

18대 국회의원 시절 김 전 의원이 '소장 개혁파'로 활동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새누리당 안에 소장파가 중요한 국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없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공감했다. 김 전 의원은 "한국의 보수 정당은 제대로 된 자유 민주주의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옛날 향수와 후광으로 집권한 대통령이 쥐고 흔들면, 정당 내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이 꼬랑지를 내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한국 보수는 국가주의적 잔재가 남아서 시장 경제가 뭔지도 모른다. 재벌이 자기 아들한테 비상장 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는 게 시장 경제인가?"라며 "재벌도 경쟁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벤처기업에서 대가를 주고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시장 경제인데, 지금 여당은 총수 경제와 시장 경제를 구분 못 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한국 정치의 문제에 대해 "각 정당이 한쪽은 정치력이 과잉인 텃밭이고, 한쪽은 불모지인 기형적인 상태이다 보니, 전국적인 에너지를 모아내기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 계신 분(국회의원)들은 두려운 게 공천권자이지 국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바꾸지 않고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벌어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두고도 "야당을 싫어하는 사람 중에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을 (야권이) 담아내지 못하니까, 여권이 오버 페이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김 전 의원은 "복지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중요하다. 일자리 방정식은 정치의 영역이고, 양보를 끌어낼 영역"이라며 '원청-하청 임금 공유제'를 도입한 SK하이닉스 사례를 모델로 제시했다.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은 지난 6월 임금 인상분 일부를 하청업체 노동자와 나누겠다고 제안했고, 사측이 같은 금액을 하청업체 노동자 임금 인상분으로 낸 바 있는데, 이러한 타협을 정치권이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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