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정부는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일까지 행정예고 기간을 통해 의견 수렴 뒤 5일 확정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여당은 여론을 잠재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되레 반대 여론은 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학자들의 집필거부 선언을 비롯, 대학생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매주 열리고 있다.
31일에도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3차 범국민대회가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전국 480여 개 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10대부터 50대까지, 교사, 학생, 학자 등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했다.
"독재정권 때 봤던 정치 공작들이 난무한다"
이날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안병욱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안 전 위원장은 "최근 국정화라는 시대착오에 뒤따라, 우리는 독재 치하에서 일상적으로 대했던 현상들을 목격하고 있다"며 "독재정권 때 늘 봤던 정치 공작들이 난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권여당에서)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가 북한 주체사상을 미화하는 악의적 교과서라고 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하자 장차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비한 것이라고 둘러 댄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검인정 교과서를 읽은 후 그런(주체사상 미화) 기운을 느꼈다고 바람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승만 정권 때는 백골단 같은 폭력집단을 정권이 동원했고, 박정희 정권 때는 수시로 여론을 조작했으며 고문도 했다"며 "박근혜 정권도 그들과 똑같은 (정치 공작)행동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는 역사에 기록될 (아버지의) 불명예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삭제하겠다는 효심을 보인다"며 "하지만 역사의 그물망을 피해간 사람은 누구도 없다. 시대착오적인 폭도의 행동은 역사에 낱낱이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독립투사들은 왜 지금도 인정받지 못하나요?"
이건택 덕계고 1학년 학생은 준비해 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국정화 하신다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독립투사가 업적에 걸맞게 대우받고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암살>에서 본 독립투사들은 왜 지금까지 인정받지 못하는지 무척 궁금하다"며 "친일파는 제대로 청산하지도 못하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든다고 하는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교사와 학생이 반대하는 국정화 교과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고 한다. 윗분들의 권력은 윗분들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 한 표 한 표로 뽑은 대통령님, 권력은 국민들 것이다"라며 "국민들과 소통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국정화 중단을 촉구했다.
"어떠한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총력 투쟁하겠다"
'청소년 거리 행동'에서 활동하는 고등학교 2학년 홍승희 학생은 언제나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돼서 가장 중립적인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러지 않는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정부는 국민에게 짐만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은 박근혜 정부가 5000년 역사를 평가하려 한다"며 "학생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역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5000년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변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26년 전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칠 수 없어 거리로 나섰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총력 투쟁을 할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고 밝혔다.
시청광장까지 가두행진 뒤 자진해산
이날 범국민대회 이후 시민들은 도로 1차선을 통해 보신각을 거쳐 시청광장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날 범국민대회에 앞서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1000여명의 대학생들이 오후 2시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용산 전쟁기념관, 대현문화공원 등에서 사전 집회를 한 뒤 청계광장까지 행진했다.
역사교수모임도 오후 4시30분 역사박물관 앞에서 윤경로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 재야 사학자 이이화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한 뒤 범국민대회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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