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재보선 다음날 '혁신 토론회'…문재인 압박

김한길 "재보선 패배, 우리 당 현주소 보여줘"…박지원 "문재인 결단하라"

10.28 재보선 다음날,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내 비주류 인사들이 선거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비주류의 구심이 돼 가고 있는 안 전 대표는 이날 당 혁신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고, 박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29일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28 재보선은) 여러 불리한 여건 속에서 치러진 선거이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선거"라며 "그래서 앞으로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강한 혁신'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지금까지 10개의 구체적 제안을 했다"며 문 대표를 향해 "거기에 대해 답을 하시고, 이제 실제로 실천에 옮길 때라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이 상태로 총선 공천 작업만 한다고 하면 (재보선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따라서 먼저 우리 당이 바뀌고, 국민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 공천 작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하던 김 전 대표도 기자들에게 재보선 결과 평가를 요청받고 "우리 당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걱정이 더 깊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문 대표 책임론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박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재보선 참패는 또 한 번의 충격"이라며 "아무리 지방선거라도 야당은 중앙당에서 체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이것도 안 하면 대표는 왜 필요한가"라고 문 대표를 직격 비난했다. 그는 "문 대표께서 보고를 받으셨는지 의문"이라며 "작은 선거라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적당히 넘기면 다음 총선에서 또 적당히 패배하고, 정권 교체도 물 건너간다. 문 대표님, 결단을 하시라"고 촉구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없고 단체장 선거도 경남 고성군수 1곳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적었던 10.28 재보선이지만, 교과서 국정화 국면에서 가라앉아 있던 새정치연합의 내분에 다시 동력을 공급하는 결과가 될지 눈길이 간다.

한편 이날 안 전 대표가 연 '혁신 토론회'에서는 2013년 초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전 후보에 대해 비판적 평가 보고서를 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한 교수는 '김상곤 혁신위'에 대해 "혁신의 완장을 차고 공천 규칙을 지휘하고, 특정인의 정치적 거취까지 강제하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건 혁신과는 반대되는 특권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낡은 진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새정치연합은 오늘날 '낡은 진보'가 당권을 장악해 당의 체질을 이루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장악한 '낡은 진보'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변혁 이념과 행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낡은 진보'의 특징으로 △선거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민생 정책에 대한 의욕이 약하다는 점을 들었는데, 이는 지난 11일 안 전 대표의 '낡은 진보 청산' 혁신안 발표와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 : 안철수 "文, 언제까지 DJ·노무현 타령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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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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