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세월호 참사', 그 주범은…

[포럼] "바퀴 달린 노동착취 공장…규제 완화의 폐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다. 달라진 게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NO'다. 한국을 위험한 사회로 만들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사건‧사고가 이어진다. 특히 철도, 지하철, 버스, 화물 등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육상교통 부문에서는 매일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화물, 버스, 택시 도로운수 부문에서 낮은 임금과 인원 감축은 운전노동자들이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장시간 운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철도 부분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규제완화, 외주화, 그리고 민영화 등으로 인원감축과 안전점검 및 시설설치가 미흡하다.

그 결과 수많은 사고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대안은 없을까. 공공운수노조, 이인영,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자유주의의 안전위협과 운수노동자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철도·지하철·버스·화물운송 등 운수분야에 종사하는 영국·미국·호주·노르웨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참가한 교수, 노동자, 현장 활동가들이 각국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프레시안(최형락)

"위험을 야기한 운송업체 대표 대신 피해보는 대중들"

마이클 벨저 웨인주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1980년대 트럭운송사업 규제완화를 예로 들어 이것이 어떻게 노동자, 그리고 대중에게 악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했다.

마이클 교수에 따르면 규제완화는 괜찮은, 수입 좋은 일을 미국에서 가장 열악하고 힘든 일로 바꾸어놓았다. 미국의 트럭을 바퀴 달린 노동착취 공장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가 사업자와 기타 소규모 운송업자들이 트럭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 운송 사업체들의 화물 일거리를 가져갔다.

이 때문에 운송업체 수백 곳이 망했다. 대신 작은 트럭 운송업체들은 끝 모를 더블 딥 기간(1980년~1983년)에조차 최저가를 내세우며 사업을 확장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신규 진입 운송업체들은 모두 저임금에 무노조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기존 트럭운송 산업의 노조 조직률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규제완화 이전 80%였던 조직률은 9%까지 떨어졌다.

동시에 운송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혜택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속적인 운송료 인하 압박은 일의 대가를 제대로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 규제완화로 1997년 미화 115억 달러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중 17%만이 효율성(서비스 개선) 증대로 인한 것이었고, 나머지 83%가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면서 절감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운송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노조의 보호 없이는 트럭 운전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 두려워 장시간 노동을 거절할 수도 없다.

이를 두고 다수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그간 낭비돼온 운전자 임금이 효율적인 수준으로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벨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연구 결과를 볼 때, 규제완화는 사회 전반의 대형사고 빈도 수와 연관이 있다는 것.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반드시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벨저 교수는 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그렇게 해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는 사회적 비용으로 해결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점은 그러한 대형사고로 피해보는 이들은 저임금으로부터 이익을 보는 즉, 이러한 위험을 야기한 운송업체 대표들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운송업체가 제대로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피해액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면 승객이나 선박 충돌이나 침몰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것이 운전자를 고용한 운송업체들이 피해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식 철도 관리 모델의 결함 드러났다"

피터 F. 스완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완화의 폐해로 영국 철도 민영화를 언급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국철 운영 뿐 아니라 선로 정비까지도 민영화했다"며 "이보다 더 광범위하게 신자유주의에 영향을 받은 곳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은 철도 선로망 관리를 위해 '레일트랙'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지역과 직능 구분에 기반을 둬 정비 직능을 곧바로 하청 업체에 넘겼다. 뿐만 아니라 승객 부문 운영을 몇 개 업체들에 하청을 주고, 승객 부문의 설비 역시 또다른 회사에 하청을 줬다. 이러한 '브리티시레일 해체 및 업무의 외주 위탁 프로세스'는 1994년~1996년 사이에 일어났다.

결과는 어땠을까. 스완 교수는 "레일트랙 설립 이후 대체로 영국의 철도 안전도가 개선되기는 했다"면서도 "반면, 사우스올, 라드브록 그로브, 해트필드 등 심각한 사고들이 영국식 철도 관리 모델의 결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스완 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은 하청의 만연한 문제를 드러냈다"며 "계약 직원들의 훈련 및 준비미비 때문에, 계약 수주에 대한 현행 프로세스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을 뿐더러, 계약자와 하청계약자 간 업무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김상희, 은수미 의원, 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연구소가 주최하고 프레시안이 후원한 '신자유주의의 안전 위협과 운수노동자의 대안 국제심포지엄' ⓒ프레시안(허환주)

"정부의 철도산업정책 기조 변경해야"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철도와 지하철 등은 방만한 공기업 경영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인력감축, 외주화, 차량 교체 연장 등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히 이것은 철도안전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코레일은 외주화, 정부 축소, 검수주기 조정, 자연퇴직 등으로 3449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KTX-2단계 개통, 경의선, 경춘선, 전라선 복선 전철화 등 신규 사업을 진행했다.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인력을 감축한 셈이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노선과 시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감출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메트로다. 노선이 확장되면서 역사, 차량, 시설과 장비 등이 늘어났지만 되레 2008년 1만284명이었던 정원이 유사기능 통폐합, 점검주기 조정, 아웃소싱과 민간 위탁 등 이유로 2014년 기준으로 9150명(1134명 축소)까지 조정됐다.

이 연구원은 "인력감축을 용이하게 위해 외주업무도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외주업체는 최저가 낙찰단가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숙련, 저임금, 비전문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8월 29일 발생한 서울메트로 강남역 사고를 예를 들며 "외주화가 진행되면 원청은 외주업체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며 "이는 관리감독 소홀과 정비 부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연구원은 정부의 철도산업정책 기조 변경을 촉구했다. 이 연구원은 "철도안전과 양립할 수 없는 무분별한 외주화, 재정효율성, 인력감축, 관료적 통제, 철도 경쟁체제와 분할민영화 등 정책기조를 폐기해야 한다"며 "또한 현장 안전인력이 대대적으로 확충되어야 하며 안전관련 업무는 기본적으로 직영으로 하고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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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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