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괴물 전투기' 만들 셈인가"

[인터뷰] 김종대 단장이 말하는 '차기 전투기 사업' 문제점①

록히드마틴사의 전투기인 F-35 도입이 핵심 기술 이전 거부로 위기를 맞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받았다. 이에 기술 이전 여부가 차기 전투기 사업(FX)과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KFX)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기술 이전 문제는 이 사업을 결정지을 주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은 "한국과 미국은 단 한 번도 핵심 기술 이전과 관련해 제대로 된 토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은 개발 과정 자체가 무너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을 심의할 때 통과 조건 중 하나가 국제 공동개발이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예산이 충분치 않으니 다른 국가나 외부 업체를 끌어들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미국의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가 일정 금액을 담당하기로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록히드마틴은 아직까지도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 단장은 "설사 한 장관이 카터 장관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약속받았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국제 공동개발의 사업체가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국 정부가 섣불리 계약서를 쓴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단장은 "기술 이전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보증 자체를 해주지 않았고, 가격도 확정가를 쓰지 않았다. 도입 시기도 확정한 것이 아니라 '예상 도입 시기'를 정해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투기 평가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조건인 기술 이전, 가격, 도입 시기에 대해 확정적인 표현 없이 계약이 진행돼버렸다. 결국 지금 와서 기술 이전이 안 된다고 이 난리를 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단장은 "이 사업을 함정에 빗대어 보면, 암초에 부딪혀서 침수가 시작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다. 이미 좌초가 되고 있는 함정에 엔진이 고장 난 거 따지면 뭐하고, 레이더 고장 난 거 따지면 뭐하나?"라며 "이제는 이걸 어떻게 추스를 것인지 걱정해야 할 판국"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정의당 당사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와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터뷰는 두 편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F-35 도입과 관련,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술 이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왜 무리하게 도입을 추진했느냐는 비판이다.

김종대 :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기술 이전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단 한 번도 핵심 기술 이전과 관련해 제대로 된 토의를 한 적이 없다.

기술 이전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은 공군, 방사청, 민간 전문가로 협상팀을 구성해서 작년 8월부터 올해 초까지 약 3차례 미국에 보냈었다. 당시엔 미국은 아직 한국형전투기의 형상이 제대로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무슨 전투기를 만들겠다는거냐"며 문전박대했다.기술 이전 이야기 꺼내면 "안녕히 가세요"라고만 했다. 미국 공군, 국방부, 안보협력국 모두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가 한국 국방부가 뒤늦게 개입한 것이고, 기술 이전에 대해 한민구 장관 때 와서야 처음으로 미국에 서신을 보낸 건데, 그 서신에는 답장조차 없었다. 올해 4월 한국이 하도 졸라대니까 그제야 미국은 기술 이전 불가를 정식으로 통보한 것이다. 이게 한-미 간 기술 이전과 관련해 공식 라인에서 협의한 내용의 전부다.

그러면서 미국은 계약서에서 미국 정부가 기술 수출허가(EL, Export License)를 하는 부분은 업체 간 상황이라고 돌려버렸다. 미국 정부가 보증 자체를 해주지 않은 것이다.

F-35 도입으로 분위기가 급 전환된 이후에 정부는 도입에 걸림돌이 되는 명분을 하나씩 제거해갔다. 가격과 도입 시기에도 문제가 없다면서 밀어붙였다.

우선 가격 문제를 살펴보면, F-35의 대당 가격이 2억 달러, 한화로 약 2000억 원 정도로 뛰고 있는데 이 가격에 살 수 있냐는 반론이 나왔다. 8조 3000억 원에 60대를 살 수 없을 정도의 가격이었으니까. 그래서 도입대수를 40대로 줄여 7조 8000억 원에 사겠다면서 가격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그나마도 비싸다는 반론이 있을까봐 지난해 9월 계약을 맺을 때 확정 가격을 쓰지 않았다. 다만 계약서에 가격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 가격을 써놓고 괄호를 친 다음 '예상가'라고 적시했다. 이 예상 가격은 추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도입 시기. 2018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건데 이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격과 마찬가지로 '예상 도입 시기'로 계약을 맺었다.

전투기 평가에 가장 중요한 조건인 성능, 기술 이전, 가격, 도입 시기에 대해 확정적인 표현 없이 계약이 진행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지금 와서 기술 이전이 안 된다고 이 난리를 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져 버렸다. 이미 이런 조건을 다 알고 계약했고, 추가협상의 대상도 아니지 않나? 그래서 미국 입장에서는 이제와서 기술 이전 안 된다고 투정부리는 한국이 웃긴 것이다.

그리고 구매 방식이 정부 판매 방식(FMS) 인데, 미국 정부가 업체에서 전투기를 사서 우리한테 판매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야끼 웨이버'라는 조항이 있다. 개발 중인 무기를 해외에 판매할 때 개발 차질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부담이나 개발 지연으로 인해 생기는 부담을 미국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이번 FMS 계약이 전형적으로 여기에 해당된다.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도 구매국은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한국 법원에 제소할 수 없고 오로지 미국 국내법에 의해 미국 법원만이 처리할 수 있다. 예정된 시기보다 늦게 들어와도 지체상금(compensation of deferment, 遲滯償金, 채무자가 계약 기간 내에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권자에게 지불하는 금액)도 물지 않게 돼있다.

그럼 왜 FMS 구매 방식을 택했느냐? 미국이 이 방식으로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미국 입장에서 이 무기가 전략·핵심무기이기 때문이다. F-35와 경쟁했던 다른 기종인 보잉사의 F-15 사일런트 이글(SE)나 유로파이터는 업체와 계약하는 상용거래 방식이다.

사실 우리는 과거에 FMS 방식을 많이 이용했다. 그런데 그때는 개발 중인 무기가 아니라 이미 미군이 쓰고 있던 무기에 대해 적용한 것이다. 이건 오히려 장점이 있다. 이미 개발된 무기기 때문에 미국과 똑같은 조건으로 살 수 있어 성능, 가격, 품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발 중인 무기를 이런 방식으로 구매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이 첫 번째다.

상황이 이렇다면 F-35 도입 과정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계약서라도 제대로 체결했어야 했다. 안전 장치를 굉장히 세심하게 만들어서 문제가 생길 여지를 줄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단독 수의계약으로 졸속으로 체결해, 스스로 협상력을 갉아 먹었다. 기존의 FX 검토 결과를 무력하게 만든 업보인 셈이다.

개발의 모든 과정과 계획이 잘 준비됐는데 기술이 없다고 하면 기술 이전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 과정 자체가 무너질 상황이다. 기술 이전 문제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은 어디로…


프레시안 : 개발 과정 자체가 무너질 상황이라는 것은, 결국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KFX)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뜻인가?

▲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프레시안(최형락)
김종대 :
2011년 정부 항공산업심의회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을 심의할 때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우선 국산 전투기를 만들면 해외에 수출해야 하니 수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전투기를 팔아서 이득을 보는 국가는 거의 없다.

라팔은 1000억 달러를 투입해 개발한 전투기를 해외에 30대 팔았다. 유로파이터도 30~40대 정도다. 우리와 규모가 가장 비슷한 국가 중에 항공기 만드는 나라가 스웨덴 하나인데 여기도 이제 겨우 30대 계약 협상 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전투기를 만들지도 모르는데 해외 수출 시장을 확보하라고 하니, 실정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방사청과 공군은 200대를 팔 수 있는 수출 시장을 확보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1000억 달러 들인 라팔이 해외에 30~40대 파는데 8조 원 들인 한국형 전투기 200대를 팔겠다는 말도 안되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 문제를 무마시킨 셈이다.

두 번째는 한국은 돈이 많지 않으니 국제 공동개발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를 급히 끌어들여서 사업비의 20%를 부담 시켰다. 여기서 인도네시아의 조건은 모든 전투기 기술을 공유하고, 4대의 시제기를 만드는데 그 중 한 대는 인도네시아에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조건을 수락했다.

한국 정부가 전체 개발 비용의 60%, 인도네시아가 20% 였고 나머지 20%는 미국의 FX 공급사가 참여하는 방식이었는데, 문제는 록히드마틴이 아직까지도 전투기 체계 종합에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국제공동개발의 사업체가 없는 것이다.

방사청은 한국형 전투기 체계 종합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너희가 록히드랑 알아서 해"라면서 관심을 끊어버렸다. KAI는 록히드 마틴에 빨리 사업에 들어오라고 했다. 체계 종합 능력이 없으니까.

그나마 록히드마틴이 21개 기술을 이전해주기로 했고 F-16 기술 자료를 주기로 했는데, 문제는 F-16은 엔진이 하나인 단발기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협상하는 도중에 국방부에서 따로 T/F를 만들어서 한국형 전투기 형상을 쌍발기로 결정해 버렸다. 그러면 이 기술 자료의 효용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록히드마틴은 이걸 문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그래도 록히드마틴이 우여곡절 끝에 참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문제가 있다. 록히드마틴이 한국에 이전해준 기술을 인도네시아가 공유한다고 하면, 이미 수출 승인이 난 것도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두 번째 조건인 국제공동개발이라는 틀도 와해되는 것이다. 기술 이전은 이 다음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 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민구 장관과 동행을 선택하면서, 기술 이전 문제를 미국과 담판 지으려고 한 의도였다면, 기술 이전이 아니라 록히드마틴이 전투기 개발에 참여하는지 여부를 따졌어야 했다. 이것부터 답을 내려야 할 상황인데 이 이야기는 쏙 빼고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기술 이전 문제만 거론한 셈이다. 설사 한 장관이 가서 기술 이전을 약속 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뭐하나? 사업자가 없는데.

세 번째 조건이 기술 확보였다. 이건 미국의 이해가 걸려 있다. 그런데 이것도 미국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논란을 비껴갔다.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마치 세 조건이 모두 가능한 것처럼 주장했고 기획재정부는 2014년 KFX 체계 개발 예산을 최초로 승인했다. 이미 지난해 200~300억에 달하는 예산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2016년에는 600억이 편성돼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돈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 사업은 함정에 빗대어보자면, 암초에 부딪혀서 침수가 시작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다. 이미 좌초가 되고 있는 함정에 엔진이 고장 난 거 따지면 뭐하고, 레이더 고장 난 거 따지면 뭐하나? 함정 자체가 침몰되는데. 이제는 이걸 어떻게 추스를 거냐, 이 걱정을 해야 할 판국이다.

▲ 15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는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 ⓒAP=연합뉴스

그런데 이걸 추스르려고 보니까 이미 계약은 다 끝나 버렸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문제제기를 할 협상력이 고갈된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게 한국형 전투기 문제의 본질이다. 미국에 가서 정상외교 모양 만들기에 집착하던 박근혜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은폐했고, 민정수석실이 방사청을 조사하던 것도 중지시켰다. 그러면서 지금 여론이 기술 이전 때문에 시끄러우니 국방부 장관이 미국 가서 일하는 모습 좀 보여주려고 박 대통령과 동행한 거다. 그런데 예상했던 대로 면전에서 기술 이전 거절을 당하니까 정상회담 일행에서 한민구 장관은 아예 빼버리고 따로 오라고 했다. 그래서 장관 혼자 귀국한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정부에서는 한민구 장관이 미국에서 애슈턴 카터 국방 장관을 만난 이후, KFX 사업을 포함해 방산 기술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한-미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종대 : 이미 한-미 방산 기술 협의체는 있다. 한-미 방산기술 협력 위원회(DTICC, defense technological & industrial cooperation committee)라고 이 밑에 사무국, 업체, 정부 다 들어와 있다. 위원장도 차관급이 하고 있다. 그런데 뭘 또 만들겠다는 것인가? 기술 이전 문제가 협의 채널이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에 협의체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하더라.

지금 상황은 결국 F-35 밀어주기 하다가 KFX를 희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F-35 도입을 번복할 수는 없으니까 급기야는 핵심 4가지 기술에 대한 국내개발을 하겠다, 유럽 기술을 끌어오겠다 등등 대안이라는 대안은 다 꺼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 대안들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국산화 개발부터 살펴보면 전투기의 위성능동배열 레이더, 즉 전자식 레이더를 장착해서 전투기 체계와 통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우리 기술 수준에 완성된 것을 레벨 6이라고 볼 때 지금 우리가 달성한 것이 3~4레벨 정도인데, 이건 함정이나 지상에서 운용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것 마저도 아직 완성된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6000~7000톤급 정도인 대형 함정에 큰 레이더를 실은 것인데, 이게 전투기에 들어가려면 소형화·경량화를 해야 한다. 이러면 완전히 다른 레이더가 되는 것이다.

미국도 27년간 수조 원의 예산을 들여서 개발한 것을 우리가 370억 원 들여서 8년 안에 할 수 있다? 기술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언론이 이 문제를 지적했더니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과학자의 의지로 하겠다"고 답하더라.

유럽 기술을 들여오는 문제만 해도, 유럽은 소스 코드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 기술로 만든 전투기에 유럽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접목하려면 유럽과 미국, 한국이 합작 회사를 만들어서 처음부터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 유럽 기술을 들여오겠다는 것은 마치 현대차와 폭스바겐 차를 각기 분해한 다음에 부속품을 섞어서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와 똑같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더는 필요하니까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레이더 개발이 별도의 국책 사업이 되는 것이다. 전투기 개발 사업인지 레이더 개발 사업인지 헷갈릴 정도가 되는 셈이다. 이제 전투기는 레이더가 개발되면 나중에 이를 덮어씌울 껍데기를 개발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설령 레이더를 개발한다고 해도 과연 전투기 체계종합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그리고 개발에 차질을 빚기라도 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사업비가 증가한다.


전투기를 띄우려면 다른 방법은 있다. 원래 전투기 사업 개발의 본질은 레이더나 적외선 추적장치 같은 것이 아니다. 전투기에 많은 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는 좋은 컴퓨터를 탑재하고 나중에 레이더 기술이 개발되거나 또는 레이더를 구매해 온다고 했을 때 체계를 통합하는 식으로 미세 조정을 해나가면 된다.

이렇게도 안되면 전자식이 아니라 기계식 레이더를 달면 된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고 하는 F-22에도 기계식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F-16도 전자식 레이더로 성능 개량하겠다고 하다가 실패했다. 우리가 개발한 FA-50도 이스라엘로부터 기계식 레이더를 들여와 쓰고 있다. 전자식 레이더를 쉽게 개발할 수 있으면 왜 다른 전투기는 기계식 레이더를 쓰고 있겠나?

국방과학연구소는 4개 핵심 기술 중에서 전자식 레이더랑 적외선 추적장비는 한국이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개발하지 않아도 되는데 여론의 압박과 애국주의 정서로 굳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난데없이 레이더 개발사업이 거론된 셈인데, 산으로 가는 건지 바다로 가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이렇게 되면 괴물 전투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괴물 전투기' 만들어 낼건가

프레시안 :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인가?

김종대 :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청와대의 무관심이다. F-35 도입이 7조 8000억, KFX 개발비가 8조, 120대 생산비용 10조, 합하면 26조 원에 달하는 사업인데, 이 정도면 박근혜 정부 단일 사업 중에 가장 규모가 크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번에도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며 아는 게 없다고 한다.

▲ F-35 전투기. ⓒ록히드마틴

두 번째는 각 조직·기관의 이기주의다. 공군은 단발기로도 충분한데 굳이 쌍발기 달겠다고 난리를 쳐서 국제공동개발을 무산시켰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개발할 능력은 되지 않으면서 자기들의 몫이 없다며 전자식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를 들고 나왔다.

국과연 입장에서는 미국의 기술 이전 불가 통보가 오히려 축복이었을 것이다. "기술 이전 못해? 그래 그럼 우리가 할게"라고 치고 나올 기회의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곳곳에서 숟가락 하나씩 가지고 나와서 괴물이 된 전투기를 만들어내는 거다. 누구도 못 만드는 전투기를 각 기관들의 로비와 압력으로 만드는 셈이다. 이렇게 새로운 성능과 요구조건을 하나씩 추가하다보니 이제는 괴물 전투기가 되었다. 청와대나 국방부, 누구도 이를 통제하지 못했다. 돈만 주면 물건은 알아서 나오는 건 철공소 논리다. 돈 주고 설계도만 주면 철공소는 군말 없이 다 만들어낸다. 전투기를 철공소에서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다.

전투기 주요 성능을 종합하는 관점은 온데간데없고,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컴퓨터가 실리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오로지 그 밑에서 뜯어 먹을 수 있는 것에만 혈안이 돼있는 상황이다. 컨트롤 타워는 없고 밑에서 떡고물만 기다리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 한국형 전투기를 괴물로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다.

이 사업은 방위사업청의 일개 팀이 주도하고 있다. 사업단이 없다. 겨우 팀 차원에서 26조 원에 달하는 사업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요 멤버들이 군인, 변호사, 회계사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이 팀에서도 어떻게 일 처리를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안되면 업체에 미루고.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 F-5는 이미 사용한 지 40년이 넘었다. 이 전투기가 운용된다는 것 자체가 조종사들한테 범죄 행위다. 어떤 공군 사관학교 기수는 조종사 임관된 동기생의 순직률이 1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된 전투기를 2030년까지 쓴다는 것이 말이 되나. 지금도 이 전투기를 쓰는 게 해외 토픽감인데. 정말로 2030년까지 쓰게 되면 조종사들이 자기 나이의 2배가 되는 전투기를 타게 되는 셈이다.

북한에 대한 적극적 억제, 능동적 억제 이야기하는데 핵심은 항공력이다. 그런데 도태되는 전투기 계속 쓰고, FX 사업 무산되고, KFX 사업 안 되면 공군은 전투기가 없는 군대가 된다. 공군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재검토해야 하는데, 계획을 만든 장군들과 총장, 차장들이 움켜쥐고 있다. 자신들 기득권 때문에 하늘이 두 쪽나도 F-35 도입을 못바꾸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과연이랑 업체한테는 외부에서 물어보면 무조건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안되는 것을 되는 걸로 만들어서 예산 따오고, 만약에 안되면 예산 더 달라고 하면 될 것 아니겠느냐는 심보다. 전직 공군 참모 총장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F-35 이야기할 때도 왜 8조 3000억으로 제한하냐, 여차하면 10조 원 이상으로 늘려야지, 왜 예산가지고 그러냐 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종사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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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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