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비주류 총출동 세 과시…문재인 압박

김한길·안철수·박지원·박영선 한자리…안철수 "혁신 고삐 죄야"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며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 갈등이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비주류 주요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재인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총·대선 패배와 올해 4.29 보선 패배 책임을 거론하며 현 지도부를 압박하는 가운데, 야권 통합 주장도 터져나왔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박지원·박영선 전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등 비주류 측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와 '콩나물모임'이 주관했고, 김영환(4선), 강창일, 김동철, 김춘진, 변재일, 신학용, 오제세(이상 3선), 노웅래, 유성엽, 정성호(재선), 김관영, 김영록, 문병호, 송호창, 이찬열, 전순옥, 최원식, 한정애, 황주홍(초선)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 발제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민집모' 간사인 최원식 의원이 맡았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3선)도 토론회 시작 전 행사장을 찾아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갔다. 주류 측에서는 재선의 김상희 의원이 참석해, 자유토론 시간에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지도부가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하며 다른 참석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김동철, 유성엽, 노웅래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

김한길 "혁신 간판으로 당권 장악하고 총선 패배, 되풀이 안돼"…文 직격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선 김한길 전 대표는 "지금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 두 가지는 '계파 패권 정치'와 '책임 정치 실종'"이라며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문재인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대신 혁신위를 구성해서 패배의 원인을 규명하고 혁신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많은 국민과 당원들은 잊지 않고 있다. 4년 전, 19대 총선을 앞두고 '혁신과 통합'의 간판으로 당권을 장악한 이들이 오히려 계파 공천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던 기억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4.29 보선에 이어 4.11 총선까지 거론했다. 그는 "혁신의 이름을 내건 패권 추구의 결과가 총선 패배였다는 것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4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문 대표 쪽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과 '안철수 새정치연합'의 통합으로 '새로운 민주당'의 기초를 다지며 6.4지방선거를 넘어선 이후, '이기는 민주당'으로 가기 위해 창조적 파괴 수준의 더 큰 혁신과 더 큰 통합을 구상했지만 이어진 (7.30) 재보선 패배로 좌절하고 말았다"며 "패배 다음날 아침 저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물러난다'고 말했다"고 자신의 행보를 문 대표와 대비시키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이른바 '김상곤 혁신위'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우리 당 최고의 혁신은 패권정치 청산이라고 지적했지만 혁신위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혁신위는 세부적인 공천 절차에만 집중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표가 내세운 혁신위의 결론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구하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당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혁신위는 뺄셈의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며 혁신위의 탈당인사 재입당 금지 주장과 중진들의 험지 출마 요구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와 대비되는 의미로 '진짜 혁신'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진짜 혁신'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또 하나(의필요 과제)는 야권 통합이다. 크게 보아 우리 편인 이들이 모두 하나로 뭉치는 덧셈의 정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새정치 내부 갈등 양상은?)

안철수는 '혁신', 박영선 '통합' 강조

이같은 김 전 대표의 주장은 최근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여당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분노하는 국민들께 대안이 되는 당을 만들기 위해서"라며 "혁신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시대적 책무"라고 강조하고, "'낡은 진보'를 고치지 않고 낡은 보수를 잡을 수 없다"고 전날 자신이 밝힌 당 혁신 방안을 부각시켰다. 김 전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진짜 혁신'이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낡은 진보 청산' 자체 혁신안 발표)

안 전 대표는 이어 "혁신의 본질을 비켜가거나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혁신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등 박근혜 정부의 수구 회귀 음모가 혁신을 덮어버리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당이 혁신에 전념할 수 있도록 외부가 조용했던 적은 없다"면서 "혁신하며 동시에 정권에 맞서 싸워나가는 모습이야말로 국민이 보고 싶어하는 우리 당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회견에서 당내 주류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친노'와 486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 날을 세웠던 바 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최원식 의원의 발표 내용도 지난 8일 안 전 대표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것과 유사했다. 최 의원의 발제는 혁신위가 4.29 보선 패배 평가나 당 내부의 패권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최고위원회의 폐지나 당 대표급 인사들의 열세 지역 출마 요구 등 부적절한 해법을 내놓아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적 내용이 골자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문재인·김상곤에 맹공 "혁신위가 해당행위")

또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맞붙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지난 8개월간 당에서 실종된 것은 책임과 희생"이라며 김 전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박 전 원내대표는 "선거 패배 후 책임 없는 모습이나, 스스로 해야 할 혁신을 무책임하게 외부에 넘겨 (그런 모습에) 당원과 국민들이 실망했다"며 "혁신위를 구성했지만 왜 했는지 의문만 커졌다. 혁신위는 종료됐지만 당은 아직 혼란하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일전에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 전당대회'가 필요하지 않나 얘기한 적이 있다"며 "그 통합 전대에는 문 대표도 출마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통합 전대는 너무 빠르지 않느냐', '당내 단합이 우선이다'는 의견도 있지만, 뭉치기 위해서는 대안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통합 전대 주장의 정당성을 재강조했다.

'교과서 국정화'에 묻힌 '야당 혁신', 큰 파도가 삼킨 작은 파도?

새정치연합 비주류 그룹은 앞으로 비슷한 주제의 토론회를 연이어 열고 총선을 앞둔 당 내 의제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그러나 그 시작점으로 평가됐던 이날 토론회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일정과 겹치면서 다소 발걸음이 꼬인 모양새가 연출됐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 축사 겸 발제를 맡은 김한길·안철수·박지원 의원 등은 당 내부를 향한 메시지 외에도 박근혜 정부 비판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당초 이날 전후로 발표가 예정됐었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인선 문제도 당 지도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린 모양새다. 문 대표 측에서도 '교과서 문제로 바쁘다'며 김·안 전 대표 측의 비판에 별다른 대응 메시지를 내지 않을 계획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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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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