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유승민 사태?…친박-비박 '격앙'

김무성 "여야 합의, 靑에 사전 통보" vs. 서청원 "앞으론 다 최고위서 논의"

안심번호 공천제도와 김무성 대표를 향한 새누리당 친박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 제도를 포함한 상향식 공천제도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기구를 당내에 구성하기로 의견이 모였으나, 1일에도 친박계는 당 공식회의와 언론 인터뷰 등을 활용해 '대(對) 김무성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6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잇따라 불참했다.

전날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달 28일 김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공천제도'를 '민심왜곡·세금공천'등으로 규정하며 비난한 것에 대한 불만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오전 일정을 전부 취소한 것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휴식이 필요해서'라는 설명을 직·간접 통로로 언론에 밝히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대표는 다만 늦은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달 28일 '부산 회동'을 사전에 청와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상의를 했다"면서 "찬성·반대 의사는 듣지 않았고,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고 상의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표와 회동이) 끝나고 난 뒤에 발표문을 그대로 찍어서 다 (청와대 측에) 보냈다"며 통보 당시 청와대 측은 "그냥 듣기만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측 대화 상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또 "하도 답답하니까 이것까지 밝히는데, 나 혼자서 다 한 것처럼 그렇게 (되고 있다)"면서 친박계 및 청와대가 "없는 사실을 갖고 왜곡해서 자꾸 비난하면 당만 분열되고, 당이 분열되면 선거에 불리해진다"고도 했다.

서청원 "안심번호는 국민공천 아니야…앞으로 최고위에서 논의해야"


그럼에도 친박계의 공세는 한동안 계속될 모양새다. 의원총회를 통한 의사 결정과는 별개로 언론과 공식 회의를 통한 집단 반발이 이어지는 모습이, 지난 6월 청와대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 및 유승민 자진 사퇴 정국과 흡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직접 입을 열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불참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명도 국민 경선에 반대한 사람이 없고, 누구도 전략공천을 하자고 공식적으로 얘기한 사람이 없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라는 표현 자체를 문제 삼으며 "안심번호는 (기존) 여론조사의 잘못된 부분을 보완하는 개념이지 국민 공천제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 당에서 용어를 그렇게 써야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던 과거의 발언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면서 "왜 이것을 가지고 대표직을 걸어야 하는가. 누가 정치 생명을 걸라고 얘기했는가"라고도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또 9.28 '부산 회동'을 사전 조율한 김 대표의 참모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야당과 사전에 의제를 조율한 사람도 책임 있어야 한다. 엉터리다"라면서 "정치가 뭔지도 모르고, 이 문제가 미칠 영향도 모르고 대표한테 합의하도록 한 당내 참모들도 다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선 김 대표에게 물을 책임을 에둘러 참모에게 물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 최고위원은 발언을 마치면서는 "앞으로 모든 것은 최고위원회의, 우리 간부들 중에서 협의하고 어떤 것이 옳은 방법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최고위원회의는 김 대표와 황진하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 등은 전부 친박 또는 범친박으로 분류된다. '모든 것을 최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서 최고위원의 주장은, 김 대표로선 자신의 의제를 관철시키기 가장 어려운 테이블에서 논의를 하라는 이야기와 같다.

서 최고위원 외에도 친박계 김태흠 의원 또한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너무 과민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 지금까지 전략공천하자고 주장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김 대표를 공격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상대(새정치민주연합)도 있는데 우리만 지고지순하면 뭐 안 되지 않나. 야당에서 지금 전략공천을 20% 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도 전략공천을 지금 한다,안 한다를 단정할 수 없고 전략공천을 할 부분도 여지를 둬야 한다"고도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은 "우리 당에서는 그 제도(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의 안심번호 공천제도)를 채택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어제 밝혔다"고 이날 말했다.

김 의원은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새정치연합의 "국민공천 선거인단을 만들어 여론조사를 해서 투표로 환산하는 방식은 직접 투표, 비밀 투표 대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면서 "그러한 야당의 방식을 우리가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청와대가 (전날)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도 했다.

안심번호 전문가 권은희 "靑, 더 알아보고 얘기했어야"

이 같은 친박계에 공세에 안심번호 제도를 설계했던 권은희 의원과 비박계 강석호 의원이 나서 김 대표 및 안심번호 제도를 방어하고 나서기도 했다.

권 의원은 현재의 유선전화 기반의 여론조사는 "지난 6.4 지방선거에도 그랬고 여러 가지 조작이 많이 일어났다"면서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휴대폰 중심의 여론조사를 하고, 다만 휴대폰 번호가 개인 정보에 해당하니 안심번호라는 것으로 포장을 해서 여론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안심번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이어 친박계나 청와대가 지적한 '역선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화를 받은 "여론조사가 새누리 여론조사인지 새정치연합 여론조사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는 역선택 가능성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이어 청와대에서 전날 안심번호 제도를 문제 삼은 것에 대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어제 얘기한 역선택, 낮은 응답률, 비용 이런 것들이 제가 볼 때는 안심번호 방식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나온 얘기다"고 반박했다.

이어 "엄격한 3권 분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청와대가) 그것(공천룰)은 그렇게 관여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라면서 "어떤 의견 정도는 저는 제시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 이런 것들이 좀 더 상식적인 수준에서 되어야 하지 않나"라고도 했다.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새누리당이 안심번호 제도와 유사한 방식의 기법을 사용했던 점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

비박계 강석호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 나와 "저희가 2012년에 대선후보 경선 시에도 가상의 전화번호를 활용한 바가 있고,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도 당원명부를 열람할 때 안심번호를 넣어서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시스템으로 한 적이 있다"면서 "이 부분(안심번호)은 굳이 새로운 발상이라고 할 수 없고, 하나의 여론조사 기법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서로가 불소통되는 부분은 다시 한 번 협의를 해야 하는 것이지,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이 우려된다'고 하는 것은"이라면서 "지금 현재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와 만나서 협의를 해서 나온 안을 가지고 바로 직격으로 이렇게 한다면 여당 대표를 상당히 무시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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