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000원 받아도 처벌 '박원순법'…"적절" vs "과잉"

전주 '화장실 엿봐도 무죄' 판결엔 "무책임하다" 비판

'김영란법'에 빗대어 이른바 '박원순법'으로 알려진 서울시의 공무원행동강령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시민사회에서는 찬반 양론이 제기되고 있다. 법률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앞서 21일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의 한 구청 도시관리국장인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관련 업체로부터 50만 원의 상품권과 접대를 받았다고 강등 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8월, 서울시 공무원들은 업무 관련성 여부와 무관하게 1000원 이상만 받아도 처벌하겠다는 새 공무원행동강령을 발표했다. A씨 사건은 이 강령이 적용된 첫 사례로, 서울시는 당초 그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가 징계소청위를 거쳐 강등으로 감경했었다. 서울시는 항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직무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요구해 수수한 것이라기보다는 호의를 베푸는 것에 마지못해 응한 것이며 수수한 금품·향응 액수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고, 그 대가로 관련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 것은 없다"며 "강등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넘어섰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판결을 놓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금태섭 변호사는 23일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박원순법'은 매우 적절하고 지금 시대에 딱 맞는 법"이라며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전체적인 부정한 네트워크를 깨려면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고쳐가야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금 변호사는 "예전에는 전통적으로 공무원한테 뇌물을 줄 때, 허가를 해 주거나 단속에서 빼 주거나 하면 금품을 주는 것이 전형적이었다"며 "이런 것들이 단속되고 강력하게 처벌되니까, 지금은 평상시에 관계를 맺어 놓는다. 전형적인 예가 전관예우"라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는 "어떤 공무원 조직에 있다가 나온 사람이 후배들에게 밥도 사주고 명절 때 몇십만 원 수준의 선물도 하고 하다가 어떤 일이 닥치면 (부탁을) 하는 것"이 바로 전관예우라며 "받는 사람들도 '뇌물을 받는다'는 죄의식이 별로 없고, 주는 사람들도 '그냥 인간적으로 할 뿐'이라고 하지만 이게 모든 비리의 온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원순법'은 과잉한 행정 처분이고 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노영희 변호사는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전관예우는 나쁘지만 그 동안에 알아왔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공무원의 경우에는 매우 엄격하게 법 적용을 요구하는 이중 잣대를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고무줄을 너무 팽팽히 당기면 줄이 끊어지지 않느냐. 이제 공무원들 중에 자리보전하고 있을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예를 들면 어떤 할머니가 공무원이 일 처리해 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좋은 마음으로 1000원짜리 음료수를 하나 사다 줬다면, (이것은) 공무원이 요구한 것도 아니지만 '박원순법'에 의하면 처벌을 받아야 되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폈다.

노 변호사는 "공무원이 한 행동에 대해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모욕감을 주는 법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하는 측면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며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인간)관계나 융통성 등을 적용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본 내용에 앞서 두 법률가에게 전주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한 견해를 짧게 물어보기도 했다. 지난 21일 전주지법은 술집 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장면을 엿본 피의자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에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공공장소 침입 행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됐었다.

성폭법 12조가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1~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중략…) 등 공공장소에 침입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술집 화장실은 '공중화장실법' 1~5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두 변호사는 이에 대해 "목적이나 법 제정 취지 같은 것을 고려해야 되는데 잘못된 것이 아닌가"(노영희), "이 법(성폭법)이 생기기 전에는 주거침입죄로도 처벌을 했었다. 그런 식으로라도 공소장 변경을 해서 처벌을 해야 한다"(금태섭)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노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상가 건물이나 음식점 화장실이 전부 법에 해당이 안 되게 된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나쁜 목적을 가지고 훔쳐보는 남자들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돼서 입법의 불비(不備)인데, (법) 개정 등이 아직 요원한 시점에서 법원이 간극을 메워줘야 되는데 약간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했고, 금 변호사 역시 "죄형법정주의상 법을 확장해서 해석할 수는 없지만, 이 사안은 처벌할 수도 있다"며 "(사건 내용이) 절대 소소하지 않고, 여기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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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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