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운명', 예정돼 있었다

[시사통] 9월 18일 이슈독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백척간두에 섰습니다. 사위가 마약을 하고 아버지가 친일한 사실이 밝혀지며 여론이 안 좋아지고, 그 틈을 타 친박이 '김무성 불가론'과 '오픈 프라이머리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김무성 대표는 장대 끝으로 밀어 올려졌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앞날을 추론해볼 수 있는 비교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문재인 대표인데요. 문재인 대표도 비주류의 흔들기에 적잖이 고전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면돌파 카드를 꺼냈습니다. 중앙위 개최와 재신임 투표를 쇄빙선 삼아 활로를 뚫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이런 정면돌파 전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성패 여부를 단정할 순 없습니다만, 중간결산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입니다. 당내 주도권을 조금씩 틀어쥐고 있으니까요.

'문재인 대표의 케이스를 김무성 대표가 벤치마킹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이 대목에서 나오겠지만, 그건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상대가 다릅니다. 문재인 대표의 맞상대는 좋게 말해 개인들의 네트워크, 나쁘게 말하면 '당나라군'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펼쳐놓은 정치적 바리케이드는 허술하고, 상대의 전열은 중구난방입니다. 반면에 김무성 대표의 맞상대는 단일 결사체입니다. 그것도 최고 권력자가 정점에 포진해 있는 피라미드 형태의 권력 집단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펼쳐놓은 정치적 바리케이드는 철벽이고, 상대의 전열은 물샐 틈 없습니다.

이런 차이가 극과 극의 결과를 낳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정면 대응 전략은 '돌파'로 끝맺을 수 있지만, 김무성 대표의 정면 대응 전략은 '충돌' 사고를 부르기에 십상입니다. 물론 그 충돌의 여파는 '최소 사망'일 것이고요.

사실 모두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맞상대인 친박의 강고함은 상수였고, 친박의 흔들기 시도는 시간 선택의 문제였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비박'의 길을 가는 순간 이 모든 건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김무성 대표는 준비했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닥칠 친박의 공세에 대비해 돌파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치적 '드릴'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아닙니다. 그건 친박을 뚫어야 손에 쥐는 '전리품'이지, 친박을 뚫는 '드릴'은 아닙니다.

반추해 보면, 딱 하나의 경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손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청와대와 정책적 각을 날카롭게 세우던 그와 손잡고 정치적 각까지 세워야 했고, 이를 통해 정치적 '드릴'의 날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야 했습니다. 유승민과 손을 잡는다고 해서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그 카드가 그나마 전투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템'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맞잡아야 하는 손으로 흔들었습니다. '빠이빠이'를 외치며, 손을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다수의 관전자들이 순망치한을 전망하고 우려했지만, 김무성 대표는 당장의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었는지 저 혼자 처마 밑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습니다.

김무성의 경우에서 두 가지 진실을 확인합니다. 하나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이치입니다. 입술이 베이는 걸 용인한 터에 이가 시린 걸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김무성 대표가 '당나라군'이라는 실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분명 그렇습니다.

남은 건 시간과 강도일 겁니다. 어차피 지금은 국정감사가 벌어지고 있고, 이어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노동개혁 입법도 성과를 내야 할 거고요. 이런 현안을 해결할 때까지는 수위를 조절할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 '잽'만 날리고 '피니시블로(finish blow, 결정타)'는 아껴두는 제한전으로 갈 공산이 큽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니시블로' 행사를 더 길게 미뤄둘 수도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정면충돌을 피해 핸들을 급 꺾으면 그럴 겁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접고 청와대의 낙하산 공천에 대비해 착지장소를 쓸고 닦는 협력 태세를 보이면, 굳이 '피니시블로'를 날릴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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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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