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사정 합의 피해자 코스프레…뻔뻔"

새정치 "노동 시장 개혁 외치던 재계, 정작 신규 채용 줄여"

재계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노동 시장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정작 상위 500대 대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해 '노동 시장 개혁'이 절박하다는 재계가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꼬집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5일 이날 삼성전자, 현대차 등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9.6%에 그친데 반해 '줄이겠다'는 기업은 35.8%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신규 채용을 줄이는 이유로는 '국내외 경기 상황 악화'(61.6%), '회사 구조 조정'(21.9%) 등 경영난 요인이 83.5%로 가장 많이 꼽혔다. 반면, 재계가 고용 창출의 방해 요인으로 지적해 해왔던 '정년 연장 시행'(4.1%), '통상 임금 증가 등 인건비 부담'(4.1%) 때문이라는 응답은 8.2%에 그쳤다.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노동 시장 개편이 이뤄져도, 신규 채용이 크게 늘어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조사인 셈이다. 특히 '회사 구조 조정'이라는 응답이 21.9%를 차지한 점을 보면, 쉬운 해고·비정규직 확대 등을 뼈대로 하는 노동 시장 개편안이 추진되면, 오히려 정규직 고용이 줄어들 수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논평을 내어 '노사정 합의'에 대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들 단체는 취업 규칙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 등 쟁점을 언급하며 "노사정 합의로는 진정한 노동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백해진 만큼, (노동 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법 청원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노사정 합의에서) 대부분의 책임을 비켜간 재계가 거꾸로 자신들이 노사정 합의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니 정말 목불인견"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노사정 합의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유 대변인은 전경련이 내놓은 조사를 언급하며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해 노동 시장 개혁이 절박하다는 재계가 오히려 신규 채용을 줄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이런 뻔뻔한 소리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 대해서도 유 대변인은 "정부 역시 '기업들도 신규 채용 확대에 과감히 나서달라'는 주문 정도로 재계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와 재계의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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