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역 보고서 보니…"제조업 파견 허용 검토"

고령·전문직 확대는 효과 '미미'…"파견 확대 종착지는 제조업?"

정부-여당이 노동시장 구조개편의 하나로 '파견 허용 업종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우선 지목한 55세 이상과 전문직에서의 파견 허용 업종 확대만으로는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린 정부 발주 용역보고서가 11일 공개됐다.

문제는 이 보고서가 '55세 이상과 전문직에 대한 효과 미미'를 지적하며, 현재까지는 파견 금지 업종이 되어 있는 '제조업 뿌리 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결론에서 주문하고 있는 점이다.

당장은 비정규직의 한 종류인 '파견'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이 55세 이상과 전문직에 머물러있지만, 이 같은 흐름의 최종 종착지는 제조업 뿌리 산업을 포함한 전 산업과 전 계층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파견 허용 업무의 합리적 조정 및 기대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정부에 제출한 이 보고서는 "고령자에게 파견 허용 업무의 전면적 허용을 추진할 경우 현재 상황에서는 고령자의 고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우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파견업체 33개를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 결과, 응답업체의 20.6%만이 '급격한 (고용)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을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업무에서 약간 증가 예상'이란 소극적 답변을 내놓은 업체는 61.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변화 없음'을 예상한 업체는 14.7%였다.

'변화 없음'을 예상하는 업체들은 그 이유로 △사용업체(원청)가 고령자를 원하지 않는 점 △사용하고자 하는 업무는 이미 용역이나 도급으로 사용하고 있어 파견으로 바꿀 가능성이 낮은 점 △ 업무 성격이 고령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점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른바 '전문직'을 상대로 한 파견 허용업종 확대 정책도 "해당 분야에 파견 수요가 급증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그 이유로 "전문가 영역은 본인이 직장을 구하고 구인 기업도 직접 전문가를 뽑는 형태의 채용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동시에 정부의 노동력 수요 동향 조사와 산업기술인력 수급 동향 실태조사를 분석해 18개의 인력부족 심각 (전문) 업종을 선정했으며, 이 업종에는 용접원, 유치원교사, 자동차 부품 조립원, 공업 기계 설치 및 정비원 등이 포함됐다.

'전문직'이라고 포장됐지만, 정부-여당이 당장 파견 허용을 생각하고 있는 업종에는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용접업, 정비업 등도 포함돼 있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보고서는 이 업종들을 상대로 파견을 허용하더라도 "한계적인 규모의 파견 근로 증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전문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고소득자 기준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고령·전문직 확대로는 미미…제조업 뿌리산업 파견 허용도"

보고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론 대목에서 보고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정부 정책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뿌리산업 제조업 생산공정 업무'를 거론하고 있다.

보고서는 "뿌리산업 제조업 생산공정 업무는 현재 파견 금지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면서 "생산 물량의 변화가 큰 제조업체의 경우 인력 채용 규모를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운데, 제조업 생산공정 업무가 파견 금지업무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오히려 용역 도급 의존을 크게 하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제조업 생산 공정 업무가 간접고용의 한 종류인 '파견'에 포함돼 있지 않아, 또 다른 간접고용의 종류이자 '불법 파견' 논란이 번번이 제기되고 있는 용역과 도급 사용을 키우고 있는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으로 인한 근로시간 총량의 단축 법안이 실행될 경우 뿌리산업에서는 반드시 새로운 사람을 채용해야 할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제조업 직접 공정업무에 대한 파견 금지를 뿌리 산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상호 보완의 방안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허용 업무에 한해서만 파견 노동자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인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 자체를 문제 삼고도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파견 제도의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와 금지 업무는 1998년 관련법 제정 이후 거의 변한 것이 없다"면서 "이는 파견 규제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파견법의 목적을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보고서 결과는 향후 정부가 55세 이상 고령자와 이른바 전문직종을 넘어서,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는 파견 허용 확대를 추가로 밀어붙일 근거로 활용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번에 보고서를 공개한 심 의원은 "무분별한 파견 확대는 노동 시장 전반의 일자리 질을 떨어뜨려 이중구조화를 더욱 확대시키는 만큼, 정부가 아무리 개혁으로 포장해도 개악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여당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의 협의 결과와 상관없이 오는 14일 파견 확대를 가능케 하는 파견법 개정안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 관련 기사 : 朴정부, 노동시장 개편 '마이웨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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