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필요한 진짜 FTA는?

[송기호의 인권 경제] "한미 FTA에게 한중 FTA를 묻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성공했는가? 참여정부를 주도한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실패했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인 미국의 악명 높은 반(反)덤핑 장벽에 어떠한 균열도 내지 못했고,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도 받지 못했으며, 개성공단 조항은 처음부터 휴지조각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관료들은 이렇게 자랑했다. "반덤핑 등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 가능성을 억제하고 견제하고자 하는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 (<한미 FTA 상세 설명 자료>, 131쪽)

그러나 미국의 반덤핑 장벽은 오히려 더 높게 치솟았다. 올해만도 4월의 한국산 아연도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계속 부과 결정, 5월의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덤핑 인정 예비 판정, 6월의 한국산 철강 판재류에 대한 덤핑 조사 개시 결정, 7월의 한국산 못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처분, 한국산 내식강에 대한 산업피해 인정 예비판정, 8월의 한국산 용접각관과 한국산 냉연강철에 대한 덤핑 조사 개시 결정, 9월의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 개시 결정이 줄을 잇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현종,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공언한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문직 취업 비자 쿼터 1만5000개는 여태 아무런 성과가 없다. 아무리 미국으로 유학을 가 학위를 따고 취업을 하려고 해도 전문직 비자라고 불리는 'H1-B' 비자를 얻지 못하면 취업을 할 수 없다. 처음부터 미국 의회가 따로 추가 동의를 해야만 효과가 있게 만든 개성공단 조항은 더 평가할 의미도 없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듣기 거북하겠지만 한미 FTA는 실패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한미 FTA를 지지한다. 나의 추측이지만 아마도 그들은 미국과 FTA를 하는 것 자체를 지지할 것이다. 나는 아직도 노무현 정부의 관료들이 중국과 일본이 하지 못한 FTA를 미국과 한다고 선전하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들에게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등 국가인 미국과 FTA를 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으리라. 그들의 환희의 원천은 미국이었다.

한중 FTA는 어떠한가? 성공할 것인가? 나는 실패할 것으로 본다. 그 안에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한국의 핵심 이익이 없다.

한미 FTA에서 그랬듯이 미국이나 중국과 FTA를 한다는 것 자체에서 영광과 환희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발암성 미세먼지와 중국산 식품 안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내용이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중국 자본이 철도와 같은 주요 공공 산업에 진입할 위험성도 묻지 않는다. 중국의 저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묻지 않는다.


대국에 편승하려는 시도가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매우 크다. 우리는 자유와 창의를 잃어버렸다.

한중 FTA는 그 어떠한 FTA보다도 한국의 핵심 이익이 원대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매우 게을렀다. 미국이 손에 쥐어 준 미국 FTA 모델을 중국과의 FTA에서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중국은 미국과의 FTA를 대비한 시험무대이므로 미국 모델 FTA가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한중 FTA 서문 그 어디에도 '아시아'라는 단어조차 없다. 한중 FTA의 안이함은 무수한 이중 삼중의 비관세 장벽을 현란하게 구사하는 중국의 지방 정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은 법치와 인권이라는 대한민국의 사회 구성 원리조차 한중 FTA에서 뒤로 감추었다. 론스타 사건에서 그 위험성이 드러난 국제중재 회부권 조항을 두면서도 중재 절차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국제 표준조차 제외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노동 조항들은 아예 단 한 개도 없다.

지금 한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미 FTA나 한중FTA가 아니다. 전혀 다른 FTA이다. 그것은 "Free Thinking Agreement"이다.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에서 환희를 구하는 대담한 협정이 필요하다.

▲ 지난해 11월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서명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