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공산주의자" MBC 방문진 이사장 동영상 파문

고영주 이사장 "박근혜 당선으로 대한민국 적화 면해"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대해 "우리나라가 국운이 있어 적화를 면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발언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된 부림 사건을 담당했던 고 이사장은 '친박, 극우' 성향으로 공영 방송 이사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4일 당시 국가정상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고 이사장이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한 인사말이 담긴 동영상을 3일 공개했다.

고 이사장은 "좌파 정권 집권을 막아주신 여러분께 감사 말씀 드린다"면서 "여러분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주신 것은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였을 텐데, 대한민국이 적화될 위험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담으로 소개하겠다"고 운을 뗐다.

고 이사장은 자신이 1982년 부림 사건의 수사 검사였다고 소개한 뒤 "부림 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당시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후보도 부림 사건이 공산주의 운동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제가 노무현 정권하에서 5년 내내 핍박받다가 더럽다고 검사직을 그만뒀는데, 청와대에 있으면서 저에게 비토권을 행사한 게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었다"면서 "그 사람(문재인)은 내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데 불만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비난했다.

고 이사장은 "내가 뭘 잘못했나?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공안 검사한 것밖에 없지. 비리가 있었나? 고문을 했나?"라고 따져 물은 뒤, "노무현 때 청와대 부산 인맥이 전부 부림 사건 관련 인맥이다. 공산주의 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정지었다.

이런 점을 근거로 고 이사장은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다"면서 "우리나라가 국운이 있어서 적화를 면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고, 그 일에 앞장서준 여러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고 이사장은 자신은 "고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부림 사건은 1981년 제5공화국 당시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한 뒤 불법으로 감금하고 고문한 대표적인 '고문 피해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33년이 지난 2014년에서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났다. 다만, 고 이사장의 주장처럼 문재인 후보는 당시 변호를 맡지 않았다.

최민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숱한 반대에도 기어이 고영주 씨를 방문진 이사장에 앉힌 이유는 바로 야당의 대선 후보까지 '공산주의자'로 조작하는 데 앞장서는 고 이사장의 활약 때문임을 알겠다"며 "고 이사장은 두말할 필요 없이 즉각 방문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 기사 : '친박·극우' 인사 MBC 장악?…"靑, 공영방송 인사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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