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문재인' 박영선, 손학규 정계 복귀 촉구?

신당설 속 안철수도 '민주당 입당 무산' 비화 언급하며 공격

이른바 '야권 신당' 논의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을 언급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 의원은 30일 보도자료를 내어 전날 대전위캔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근간 <누가 지도자인가> 북콘서트 행사 소식을 전하며, 이 자리에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특별 손님으로 30분간 자리를 함께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박 의원은 북콘서트에서 손 고문의 정계 복귀 가능성과 관련해 "복귀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손 고문이 지난 5월 31일 이개호 의원 장모상 빈소에서 측근들과 만나 "언론이나 주위 사람들이 나보고 '정치를 다시 하라' 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정치 욕심이 간혹 곰팡이처럼 피어오를 때가 있다"며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정치 욕심을 산 생활로 닦아내고 또 닦아낸다"고 말했다는 데 대해 박 의원은 "곰팡이는 아무리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곰팡이를 언급한 것 자체가 정계 복귀 가능성을 5대 5로 보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손 고문이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새로운 것'을 강조한 점을 들어 "2015년에도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흐름을 바라는 강한 욕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손 고문의 정계 복귀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드러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 협상 당시 문 대표가 유가족들의 단식에 동조 단식을 했던 것을 지적하며 "선의로 시작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지도자급에 있을 때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의 단식으로 (당시 원내대표였던 자신의)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발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최근의 정치권 상황 때문이다. 종편 등 보수언론을 중심으로는 여전히 이른바 야권 '반(反)친노 신당' 담론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신당 관련 논의가 분분한데도 '실체가 없다'는 평이 다수인 것은, △호남 정치의 복원을 주장한 천정배 의원 쪽의 움직임이나 △제도정치권에서는 다소 외면받고 있는 '진보 4자 통합' 두 가지 흐름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구체적 노선과 방법이 제시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당이 성공하려면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 구심점이 돼야 하고, 조직과 자금을 갖춘 세력이 집단적으로 결합해야 하는데, 그간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 것으로 거론되는 이들을 보면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방송기자 출신으로 당 비상대책위원장, 원내대표 등을 지낸 박 의원이 문 대표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며 손 고문의 정계 복귀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또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신당 논의와는 선을 그어 온 안철수 전 대표가 이날 박 의원의 북콘서트에 참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안 전 대표는 이 행사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이대로 가면 굉장히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신뢰하기 어려운 야당보다 실망감 주는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말을 듣는데, 국가 경영을 맡길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당내 '비노' 그룹에서는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29일 대전에서 열린 박영선 의원의 근간 <누가 지도자인가> 북콘서트 행사에서, 박 의원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대화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실


안철수 "2012년에 민주당 입당 의사 전달했었다"…그런데 왜?

한편 안 전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2012년 대선 과정에 대해 얘기하던 중 "당시 (민주통합당 측에) 입당 의사를 전달했었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의원이 2013년 10월 펴낸 비망록에서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가 입당을 언급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을 처음으로 직접 반박한 것이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제가 한 마디만 더 하면 큰일난다"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당시 홍 의원의 비망록 발간에 대해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문 후보가 후보직을 양보하면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문 대표 측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방을 벌였었다. 논란이 되자 안 전 대표는 3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선에서 일어났던 일들 중 일부가 계속 언급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문 대표는 "옛날 이야기할 건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북콘서트에서 안 전 대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거론하며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지 5년 만에 수상이 됐고, 10년째 수상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역시 이공계 출신인 자신의 대선 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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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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