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새정치 일부, '지역구 기득권' 대동단결?

김무성, 비례대표 축소 시동…'기득권' 때문에 정치 개혁 후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8일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일부 도당 위원장조차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농어촌 대표성을 핑계 삼아 지역구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구 편차를 2대1로 조정하라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고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표는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 대표성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협상에 임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농촌에는 굉장히 광활한 면적이 있다"면서 "인구수 비율로만 (선거구를 확정하면) 농촌을 대표할 수 있는 농촌 대표성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예를 들어 경북이 3석 줄고, 전남이 2석, 강원도 1석으로 줄어든다면, 농촌 대표성이 훼손된다"면서 "(의원들이) 농촌 지역 특례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정치 전라남북도당, 제주도당 위원장도 비례대표 축소 동조

새정치민주연합 내 일부 의원들도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강창일 제주도당 위원장, 유성엽 전북도당 위원장, 황주홍 전남도당 위원장은 이날 공동 발표문을 통해 "의원 정수 300명이 고정되는 한, 비례대표를 과감히 축소하고, 지역구 의석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헌재 결정에 따라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과 주권이 심각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대두된 이 마당에 하필 우리 당이 비례대표를 신성시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면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러한 주장은 인구 편차를 조정하라는 헌재 결정과 비례대표를 늘려 사표를 줄이라는 중앙선관위 방침에 정면으로 반한다.

심상정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석 축소 기도 중단해야"


현행 선거구제 때문에 실제 득표율보다 더 적은 의석 수를 확보해왔던 정의당도 크게 반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새누리당을 '소수 정당의 표를 빼앗은 표 도둑'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 가치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뒤로 한 채 지역구 살리기에 급급해, 안 그래도 적은 비례대표 의석마저 희생시키려는 새누리당의 뻔뻔한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혼합해서 의원을 뽑는 나라 중에 비례 의석 비율이 가장 낮다"면서 "김무성 대표께서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논의하고자 한다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라"고 쓴소리했다.

심 대표는 "원내 3당 대표, 원내대표 6자 회담을 통해서 농어촌 지역 대표성 문제, 비례 의석 확대 방안, 정당 득표율에 비례한 의석 배분 방식, 적정 의원 정수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자"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이날 당 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방침은 비례대표를 한 석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관위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시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00대 100으로 제시했는데, 그에 맞춰서 비례대표를 늘리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줄이지는 않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국민의 투표 가치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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