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6일 지난해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온 탈북자 146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2015 북한 사회변동과 주민의식 변화'에서 장용석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상대적 빈곤율이 남한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추산 결과를 내놓았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 내 중위소득 20만 원의 50%인 10만 원 미만 소득자가 전체 표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4%로 집계됐다"며 "이는 남한에서 중위소득 422만 원의 절반인 211만 원 미만 소득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4%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득 최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배율에서도 북한이 남한보다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소득 5분위 배율은 무려 45에 달한다. 이는 2014년 기준 남한의 소득 5분위 배율이 5.4인 것과 비교해보면 약 8배나 높은 수치다.
소득 불균형이 커진 것과 관련해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 내에 사적 경제 부문이 커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북한의 소득 불평등이 우리 생각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소득 최상층은 최하층보다 (북한 내부의) 경제 체제 개혁 필요성을 크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러한 소득 불균형이 주민들의 생활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평화연구원 정은미 선임연구원은 "식생활의 질이 전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개선됐지만 계층 양극화도 뚜렷해졌다"면서 "본인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100%가 거의 입쌀만 먹었다고 답했지만, 본인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9% 만이 입쌀 식사를 했다고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쌀을 제외한 부식을 섭취하는 데에도 반영됐다. 정 선임연구원은 "특히 고기 섭취 측면에서 계층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고기를 섭취했다는 응답률이 상층에서는 84.8%에 달했지만, 하층에서는 6.8%에 그쳤다"고 전했다.
의류를 구매하는 것에도 이같은 계층 격차가 드러났다. 정 선임연구원은 "북한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남한산과 일본산 의류 소비가 전년과 비교해 증가했다"며 "특히 상층의 경우에는 북한산을 구입했다는 응답이 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의류를 구매하는 것에도 백화점이나 해외 직접 구입 비중이 늘어났는데, 상층의 경우 백화점이나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다는 응답률이 높았다"며 "반면 하층일수록 시장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소득 불균형은 남한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남한 문화를 많이 접하고, 남한이 협력 대상이라는 응답이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며 "소득이 올라갈수록 남한의 대북 무력 도발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 간에 소득 격차가 발생하고, 전반적으로 주민의 소득·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대북 정책이나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진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은미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기존 남북 협상에서 주로 지렛대로 이용했던 인도적 지원이나 식량 및 비료지원보다는 경제개발 특구 또는 대규모의 산업 투자에 남한이 참여하는 것에 더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북한 내 청년 층에서 남한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 선임연구원은 "35세 미만 연령대에서 자본주의를 지지한다는 비중이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낮다"며 "북한 주민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50% 이상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3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절반 이상 찬성한 반면 55세 이상에서는 절반 이상이 반대했다"면서 향후 대북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35세 미만 연령대의 보수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청년층에서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현재 20, 30대는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지 않았던 세대"라면서 "아직 비판적 정치의식이 약할 뿐만 아니라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내부 사회 통제가 회복됐기 때문에 보수적인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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