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美 사용 안한다? 웃기는 소리!

[정욱식 칼럼] 한국의 운명은 강대국 손에?

"중국은 미국 항공모함 전대로부터 봉쇄, 고립, 공격당할 수 있다는 전략적 두려움으로 인해 제주해군기지를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다"

앞의 글에서 소개한 미국 해군 장교 데이비드 서치타(David J. Suchyta)가 주장한 내용이다. (☞관련 기사 : 미 해군 장교 "제주해군기지, 중국에 큰 위협") 제주도가 중국 경제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서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대한해협의 합류 지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중국으로서는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서치타는 "제주해군기지가 북한을 자극해 지역적 안정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해군기지는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약 300해리 떨어져 있고, 평택과 목포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 함정이 북한과의 해양 경계선 분쟁에 훨씬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주는 북한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북한이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해군 제주민군복합항 건설사업단

봉쇄, 고립, 피격, 대만 독립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치타는 중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데에는 몇 가지 전략적 두려움이 있다고 본다. 그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는 서해 봉쇄이다. 이는 일본 열도에서 필리핀까지 이어진 '제1도련선'과 밀접히 연관된다. 서치타는 중국은 오래전부터 유사시 제1열도선이 봉쇄될 것을 우려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제1열도선 북쪽에 해당하는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이러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혹은 미국) 해군이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뤼순(旅順), 후루다오(葫蘆島) 등에 주둔한 중국 해군의 활동을 옥좨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제주해군기지가 중국의 해양수송로 봉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톈진(天津), 칭다오, 다롄, 보하이만(渤海灣)등 중국의 주요 항구는 제주도 옆을 지나는데, 제주해군기지의 잠수함은 마치 단두대의 칼(guillotine blade)처럼 중국의 해양수송로를 괴롭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과의 무력 충돌 발생 시, 중국이 미국 항모전단으로부터 공격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서치타는 이러한 중국의 우려는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 직후 미국의 조지워싱턴호가 서해에 진입하면서 더욱 짙어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이 중국 인민을 위협하고 중국의 최종 결심을 시험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서치타는 "제주해군기지가 항공모함을 정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중국의 이러한 우려를 자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항모 전단의 전투 반경이 500해리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주에 정박한 미국 항모는 5시간 이내에 베이징을 공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중국은 대만의 독립을 우려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대만 통일을 국시로 삼고 있고, 대만 독립 저지를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제주해군기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함의를 지닌 것일까? 서치타는 "대만 해협 위기 발생 시, 이 해협 전투에 참여하려는 중국의 북해함대는 제주도 및 여기에 주둔한 잠수함의 바로 옆을 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제주해군기지의 전력은 (중국의 북해함대뿐만 아니라-역자 주) 남쪽 항구인 상하이와 딩하이에 주둔한 중국의 해군 함정의 작전도 괴롭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치타는 이처럼 중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특히 중국이 제주기지를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면" 지역 안정이 크게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자화'되는 대한민국의 운명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보수 언론은 제주해군기지가 중국에 위협으로 간주되어 한중 관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평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국내 비판론자의 주장을 '근거 없다'고 일축해왔다. 그러나 미 해군 장교인 서치타의 보고서 내용은 국내 비판론자들이 제기한 문제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필자를 비롯한 제주해군기지 비판론자들은 이 기지가 건설되면 미국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 역시 일축해왔다. 그런데 서치타는 미국의 제주해군기지 이용 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자세히 분석했다. 얼마 전까지 주한 미 해군사령관을 지낸 리사 프란체티 준장은 공개적으로 제주해군기지를 기항지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급격히 타자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해군을 위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주권적 결정'이 미·중 갈등 구조에서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의 판단에 넘어가는 '비주권적 결과'를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먼 훗날이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 직면할 수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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