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이 FIFA 개혁? '앞마당'부터 청소해라"

[현장]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수만 명 생존권 보장하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 FT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체육계, 정계, 재계 모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정 명예회장의 출마를 반대하고 나선 이들이 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다. 이들은 하청노동자의 체불임금, 산업재해 등 현대중공업 내 산적한 문제는 외면하고 FIFA 부정부패 개혁 공약을 앞세워 선거에 나선 정 명예회장 낙선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동건강연대 등은 이날 서울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준이 최대주주이자 실질적 소유주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수만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며 "그런 자가 FIFA 개혁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등은 이날 정 명예회장에게 △하청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중단 △하청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 중단 △하청노동자 산재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동건강연대 등은 17일 서울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정 명예회장의 출마 반대 의견을 밝혔다. ⓒ프레시안(허환주)

"앞마당 청소부터 하고 밖으로 나가야"

현대중공업은 2014년 한 해 동안 1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올해에도 2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역시 하청노동자였다. 하지만 사망 노동자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사과나 이렇다 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관련기사 : [카드뉴스] '지옥선'의 그들, 어떻게 죽어갔나)

거기에다 체불임금도 상당하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2014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527건의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됐다. 공식 발표로는 160여 명의 노동자가 110억 원의 임금이 체불됐다. 게다가 현재 54개 하청업체가 도산하거나 폐업했고 그에 따라 수천 명의 하청노동자가 실직했다.

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 KTK선박의 경우,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주말에 문자 한통으로 업체 폐업 통보를 받았다. 그간 일한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상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중공업은 2014년 13명의 죽음에 대해 '나 몰라' 하고 있다. 체불임금이나 산재은폐도 하청에서 하고 있다며 자기들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그런 태도는 국제사회 기준에서는 명백한 지탄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 명예회장이 FIFA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정몽준 회장은 '앞마당' 청소부터 제대로 한 뒤, 밖으로 나가서 활동해야 한다"며 "하청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FIFA 회장직에 도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노동건강연대

정몽준, 프랑스 파리에서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 선언 예정

한편, 정몽준 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내년 2월 26일 치러지는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그동안 꾸준히 반(反) 블라터의 대표주자 이미지를 심어온 정 명예회장은 “FIFA가 비리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선 비유럽 출신 인사가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부패 비리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제프 블라터 회장의 후임 회장 선거는 내년 2월26일 열릴 예정이다 .후보자가 정해지면 FIFA에 속한 209개 회원국들이 각 1표씩을 행사하게 된다.

현재까지 정 명예회장, 플라티니 UEFA 회장을 비롯해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하얀 펠레’로 불렸던 코임브라 지코(62·브라질),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디에고 마라도나(55·아르헨티나)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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