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뢰, 남북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

[정욱식 칼럼] 잊을만 하면 터지는 지뢰 사고, 피해 막으려면…

흔히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길을 '지뢰밭'으로 표현되곤 한다. 우선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정전 상태'가 6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것 자체가 '불안한 평화'를 상징한다. 비무장지대(DMZ)는 그 명칭과는 달리 이미 중무장지대가 되어버렸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그만큼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8월 4일 DMZ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남측 병사 2명이 지뢰 폭발로 다리가 절단되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미 매설된 지뢰나 폭우로 유실된 지뢰가 폭발해 일어난 '사고'인 줄 알았다.

그러나 8월 10일 국방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폭발한 3개의 지뢰 파편을 분석한 결과 도색과 나무 성분, 용수철과 공이 등이 북한제 목함지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지역이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아 폭우로 북측 지뢰가 유실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로 규정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몰래 지뢰를 심어놨을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남측 수색대의 작전 통로인 통문 바로 밑에 지뢰를 매설한 것 자체가 살상용이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러한 국방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는 북한이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선언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인정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북한이 이를 부인하면서 강경한 맞대응을 선언하고 나온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급격히 고조될 위험이 크다. '혹독한 대가'를 공언한 남측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상황이고, 북한이 확성기 타격을 위협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8월 하순부터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되어 있다.

▲ 지난 2010년 국방부는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조치의 일환으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결정했다. 사진은 당시 중동부전선을 지키는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남북한이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 시기에 자칫 전쟁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는 중대한 분수령에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보복 공격 등 군사적 대응책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확전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마땅히 자제해야 한다. 대북 확성기와 같은 심리전을 재개하는 것 역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접경 지역의 민간인 생계와 한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

필자의 생각으론 북한 군 당국을 불러 확실히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유엔 장성급 회담이나 남북 장성급 회담을 열어 남측이 조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북한을 추궁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측에서 먼저 북측에 공동조사를 제안하는 것도 고려할 법하다. 이를 통해 북한의 '지뢰 도발'이 입증되면 북한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접근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한반도에 군사력을 주둔하고 있는 남-북-미 세 나라가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1997년 발효된 대인지뢰금지협약엔 현재 162개국이 가입할 정도로 보편적 국제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의 정전체제와 군사적 대치를 이유로 이 조약 가입을 계속 미루고 있다. 그 결과 DMZ와 그 인근 지역의 지뢰 제거는 게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군인과 민간인의 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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