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에 남한군 2명 부상…사전 감지 못한 이유?

국방부 "정전협정 위반한 북한, 혹독한 대가 치르게 할 것"

북한군이 매설해 놓은 지뢰에 남한군 2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며 가혹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한편으로는 사전에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군이 경계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미합동조사단장 안영호 준장은 9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6~7일 동안 실시한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 준장에 따르면 사건 발생 장소는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였으며 이곳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남한군 소초(GP)는 750m, 북한군 소초는 930m 떨어져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 준장이 밝힌 사건 정황은 이렇다. 지난 4일 오전 7시 28분 남한군 수색 작전 병력 8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전투대형을 갖춘 이들 중 김 하사가 비무장지대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문을 열고 가장 먼저 진입했다. 이후 하 하사가 김 하사의 뒤를 이어 통문을 넘어 나가던 중 북한군 지뢰를 밟아 1차 폭발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하 하사가 부상을 입었다.

폭발 이후 현장에 있던 팀장인 정 중사는 응급조치를 실시했고 김 하사에게 하 하사를 후방으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한 뒤 전방 경계를 섰다. 이에 김 하사와 주임원사, 의무병이 하 하사를 들고 통문을 빠져나오는 순간 김 하사가 지뢰를 밟아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이 지뢰에 김 하사도 부상을 당했다.

▲ 사고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된 지뢰 폭발장면 ⓒ합동참모본부

안 준장은 "현장에서 적절한 전투 대응을 유지했기 때문에 1차 폭발 시 지뢰 2발이 폭발했음에도 피해는 1명에 그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팀장(정 중사)은 최초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부하를 응급조치했으며 가장 위험한 경계지역으로 나갔고 부하들은 먼저 철수시키는 조치를 취했다"며 당시 대원들이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북한, 남한 코앞에 지뢰 매설

사건 조사 결과 남한군 2명에게 부상을 입힌 지뢰는 북한산 목함지뢰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 준장은 "사건 발생 현장에서 총 5종, 43개의 잔해물을 수거했다"며 "용수철은 북한군 목함지뢰의 용수철과 강선, 직경, 무게 면에서 정확하게 일치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목함 파편 총 37개를 수거했는데, 이 37개 파편의 도색 부분이 북한군 목함지뢰와 일치했고, 나무 성분에서 강한 송진냄새가 났다. 2010년에 사미천으로 떠내려온 북한군 목함지뢰를 우리 군이 가지고 있는데, 그 목함지뢰에서도 강한 송진냄새가 났다"며 북한군의 지뢰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지뢰가 남한군 철책선 앞까지 유실됐을 가능성에 대해 안 준장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경사지역"이라며 "북쪽에 원래 매설됐던 목함지뢰가 이 지역으로 유실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만에 하나 지뢰가 떠내려왔다면, 지뢰만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흙과 함께 왔어야 했기 때문에 통문 앞에 흙이 쌓여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이 정밀지뢰작업을 실시했던 지역이라는 점도 지뢰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낮은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안 준장은 "이 지역은 우리 공사 병력과 차량이 활동해야 하는 곳"이라며 "추진 철책을 설치할 당시 정밀지뢰작업을 실시했고 지뢰 제거 작업이 이미 이뤄졌다"면서 유실된 지뢰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 북한은 언제 지뢰를 묻어 둔 것일까? 안 준장은 "이 통문은 우리 수색작전 병력이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통로다. 가장 최근에는 7월 22일 이 통문을 통해 우리 수색병력이 투입됐고 이 통문을 통해 철수했다"며 "7월 22일 전에는 지뢰가 없었다"고 단언했다.

안 준장은 "7월 23일부터 지뢰가 폭발한 8월 4일 직전인 8월 3일 사이에 매설했다"면서 "그런데 그 사이에 기상을 보니까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특히 7월 24일부터 26일까지는 많은 비가 왔다. 매설을 시도하기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 가로 20cm, 세로 9cm, 높이 4.5cm의 나무상자 안에 200g의 폭약과 기폭장치가 들어 있다. ⓒ합동참모본부

북한군 지뢰 설치할 동안 군은 뭐했나

안 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7월 23일부터 지뢰가 폭발하기 하루 전날 8월 2일 사이에는 언제고 그 지역에 들어와서 지뢰를 설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 여건에만 크게 문제가 없다면 북한이 언제든 지뢰 설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군이 북한군이 지난해 말부터 DMZ 내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징후를 포착했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안 준장은 "기상이 좋지 않으면 우리 감시 장비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당시에 기상이 좋지 않아서 감시를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작전 병력은 이러한 적의 도발에 대비해 많은 준비와 훈련을 실시한다. 그런데 통문 지역은 우리가 항상 다니는 곳이다. (물론) 이 지역도 지뢰 탐지를 하면서 전진했어야 하는데 이런 지역까지 모두 지뢰탐지를 하면 계획돼있는 수색작전을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 준장은 "이 지역은 우리가 다니는 지역이었으니까 지뢰가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해서 이런 탐지활동을 좀 소홀히 않았나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안 준장의 설명대로라면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군은 이번과 같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군이 DMZ 내 군사 방어 차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감시장비로는 한계가 있어서 북한군이 침투할 것으로 보이는 곳에 매복도 하고 수색도 한다"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군사분계선은 서로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서 지뢰를 매설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도발"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 구홍모 작전부장은 이날 대북 경고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번 사건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불법으로 침범하여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명백한 도발"이라며 "이러한 북한의 도발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한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군대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명은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명히 촉구한다"며 "수차례 경고한 대로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어떠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내용을 미리 공개하면 또 다른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남한 역시 정전협정 위반을 감수하면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기다려 달라"는 말 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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