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자!

[기고] 새누리당, 권역별 비례대표제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내년 4월 20대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제도 개혁 문제가 정치권의 중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며 오픈 프라이머리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지역구의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라고 판결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중앙선관위도 지난 2월 선거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 3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선거구 재획정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기준, 권역별 비례대표제, 의원정수 확대, 오픈 프라이머리 등에 대한 여야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정개특위의 논의는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정개특위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당혁신안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혁신위는 정치혁신을 위해 중앙선관위의 제안을 수용하여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을 2대 1로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혁신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새누리당은 결국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속셈이며,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망언까지 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높은 불신과 정치혐오감에 기대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의원정수와 비례대표 문제로 바꿔 본질을 흐리는 비겁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자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목적은 의원 정수 확대가 아니라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하고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우리나라의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는 1위 후보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일치율, 즉 비례성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선거 때마다 약 1000만 표에 이르는 수많은 사표를 발생시키며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을 싹쓸이하는 지역주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오래전부터 독일식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헌법상 독립기구이자 정치권으로부터 중립적인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것도 선거의 비례성 강화, 사표 방지 및 표의 등가성 확보, 지역구도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19대 총선 결과 ⓒ네이버 화면 갈무리

그러나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가장 혜택을 보는 정당은 새누리당이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불합리하고 왜곡된 선거제도로 인한 기득권을 고착화시키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매우 위험한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선거제도 개혁이며,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바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고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선거제도이다. 제 20대 총선이 8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골든 타임'이다. 선거구 획정기준 마련과 선거구 재획정 등 내년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정치권에 주어진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정치권이 지금의 '골든 타임'을 놓쳐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실패한다면, 이는 역사와 국민에 대해 커다란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제 더 이상 잘못된 기득권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당리당략적 태도를 버리고 역사와 국민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나아가야 한다. 정치개혁, 나아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정개특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지금의 정개특위에는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의지와 권한이 없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가 큰 틀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의 과감하고 통 큰 결단을 기대해본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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