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출구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주가 흐름이 더 나빠질 수 있어 국민연금 의 평가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율은 각각 11.88%(1천856만1천301주·6월30일 공시)와 5.04%(679만7천871주·6월5일 공시)에 달했다.
합병안이 통과된 7월17일 주주총회 전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6만9천300원, 19만4천원이었다.
하지만 합병안이 통과되고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애초 합병 무산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양사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삼성물산과 분쟁을 벌이던 엘리엇이 보유 지분 7.12% 중 4.95%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양사 주가는 추가로 떨어져 7일에는 각각 5만2천300원과 15만3천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에서 3천155억원, 제일모직에서 2천753억원 등 총 5천908억원의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양사의 현 주가는 합병에 반대하면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5만7천234원(삼성물산), 15만6천493원(제일모직)에도 못 미친다.
국민연금은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도 주식매수청구권행사를 통해서 투자금을 보전할 수 없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장기적 시너지 효과를 믿고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으로서는 평가 손실이 커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SK와 SK C&C 합병 때와는 달리 의결권자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린 것도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 투자로 인한 손실이 확정될 경우에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고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되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기금은 합병안 통과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대거 팔며 뒤늦게 '엑서더스'에 시동을 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합병안이 통과된 지난달 17일 이후 제일모직 주식 1천2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물산 주식 319억원어치도 내다 팔았다.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 매도에 동참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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