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vs 김부겸' 빅매치 사실상 확정

與 조강특위, 수성갑 당협에 김문수 내정…영등포을엔 권영세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결국 새누리당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4.13 총선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서는 '김문수 대 김부겸'의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의 잠룡으로 꼽히는 거물급 정치인들 간의 '빅 매치'가 된 셈이다.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는 6일 황진하 사무총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현재 공석인 대구 수성갑당협위원장에 김 전 지사를, 서울 영등포을 당협에는 권영세 전 주중대사를 내정했다. 대전 중구 당협은 이은권 전 중구청장이 내정됐다.

조강특위 회의에서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김 전 지사는 경쟁자인 강은희 의원(비례대표), 정순천 대구시의회 부의장을 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조강특위의 당협위원장 인선안은 오는 10일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당협위원장=총선 후보'는 아니지만, 당협위원장 자리를 맡는 것이 공천에 더 유리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에 따라 '대구 정치 1번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 선거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수성갑 지역위원장인 김부겸 전 의원과 김 전 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될 공산이 크다. 두 사람은 출신 학교도 경북고-서울대로 같고, 군사정부 시절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한 것도 공통점이다.

이같은 대결이 펼쳐지게 된 것은 김 전 지사가 당 내외의 비판에도 당협위원장 자리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은 결과다. 앞서 김 전 지사가 대구 출마를 결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단계인 지난 6월 초부터, 새정치연합은 물론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도 경기지사 출신은 김 전 지사의 '대구 귀향'을 비판했었다. 경기지사까지 했으면 경기도나 수도권 격전지에 나서야지,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은 대구를 선택한 것은 안이한 선택이라는 취지였다. '하향 지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 전 지사와 고등학교 동문인 주성영 전 의원은 6월 12일 SNS에 글을 올려 "김부겸은 독배를 마시러 왔는데, 김문수는 꽃가만만 타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 전 의원의 지역구는 대구 동구갑이었다. 주 전 의원은 그러면서 "(김 전 지사가) '수도권 규제 완화가 국가경쟁력'이라고 말해 대구·경북권을 비롯한 지역 분권주의와 자주 충돌했다"라면서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관련 기사 : 대구 김부겸, '수도권 전도사' 김문수와 본격 대결)

부산이 지역구인 박민식 의원도 6월 10일 교통방송(TBS)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는 보수 혁신의 아이콘인데, 김부겸 전 의원이 대구에 가서 (총선) 준비를 하는 것은 가시밭길이지만 김 전 지사가 대구로 '유턴'을 했다는 것은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는 것과 맞지 않다"며 "(수성갑 출마는) 김부겸 전 의원에게는 가시밭길이지만, 김문수 전 지사는 상당히 편한 길 아니냐"고 했었다.

익명으로 김 전 지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 많았다. 언론에 나온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의 말들을 보면 "차기 대권을 노리는 분이 땅 짚고 헤엄치는 지역으로 출마해서야 되겠느냐", "큰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서울·경기도의 척박한 지역을 골라 출마해야 지도력이 생기는 것이지, 깃발만 꽂아도 당선될 수 있는 대구에 전 경기도지사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것은 3류 정치인들이나 하는 짓" 등의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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