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숙청' 새누리당, 역주행 시작했다

[이슈독털] 2015년 7월 29일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이른바 노동 개혁 일정표가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을 맡은 이인제 최고위원이 어제 청와대에 들어가 관련 수석들과 회의를 한 뒤 밝힌 바에 따르면 8월 중으로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해 9월안에 가능한 수준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입법 작업은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한다는 겁니다.

정부 여당이 설정한 일정표에서 체크할 포인트는 노사정 3자의 합의 여부일 겁니다. 그 테이블이 정부 여당이 재가동하려는 노사정위원회가 됐든, 노동계와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회 내 논의 기구가 됐든 노사정이 모여 앉았는데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정기 국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은 '돌격 앞으로!'의 고지전이 열리는 철의 삼각지대가 될 것이고, 그 삼각지대 안에서 다른 정치사회적 의제들은 쪼그라들거나 뒤로 밀릴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다시금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유승민 '숙청'의 배경입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정기 국회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노선과 정책을 조정하는 작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핵심은 복지였습니다. 저비용-저복지 구조를 중비용-중복지 구조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세제를 비롯한 각종 정책들을 손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숙청' 당했고, 그의 구상은 '거세'당했습니다.

유승민 '숙청'이 끝남과 동시에 청와대가 다그치고 나선 게 노동 개혁이었습니다. 새 원내대표를 뽑고 나서 열린 청와대 상견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게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유승민 ‘숙청’의 배경은 노선 투쟁이었습니다. 하반기 정책 의제를 노동 개혁으로 가져가려는 박 대통령이 복지와 세제를 만지작거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사전 제거해버린 겁니다. 싹을 잘라버린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미리 잘라버린 '싹'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그 싹은 '망국'의 싹이었을 겁니다.

노동 개혁은 파이를 키우는 정책이 아니라 파이를 쪼개는 정책입니다. 노동계에 돌아갈 파이를 고정시킨 채 그 양을 어떤 식으로 쪼갤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 청년 세대 대 장년 세대가, 대기업 노동자 대 중소기업 노동자가 어떻게 나눠가질지를 정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습니다. 정부 지출을 늘릴 필요가 없고, 당연히 세수도 늘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뿐입니까? 파이 쪼개기 게임은 필연적으로 노노갈등을 야기할 테니까 정부로서는 힘을 들일 필요가 없을뿐더러 사회 혼란 세력을 자동 정리하는 효과도 챙길 수 있습니다.

노동 개혁은 이렇게 투입은 최소화하고 산출은 극대화하는 경제적인 길입니다. 국가 기강을 바로세우는 올곧은 길이기도 합니다. 이런 길을 놔두고 굳이 비용은 극대화하는 반면에 산출은 최소를 넘어 '복지병'으로 귀결될지도 모르는 길을 가는 건 우매함을 넘어 분탕질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소신으로 인정해주기엔 그 후과가 너무나 큰 망국적 교란 행위입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렇게 봤을 겁니다. 그래서 국민이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든 비타협적이고 무관용적인 숙청작업을 벌인 것입니다.

남은 게 있습니다. '양봉음위'의 사회적 기운을 일소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법과 원칙의 이름을 앞세운 사회 기강 다잡기 시도입니다. 바로 공안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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