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페스티벌에서 장기하는 왜 폭행을 당했나?

[기자의 눈]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 유감

트라이포트로부터 16년.

이제 한국에도 많은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들어섰다. 봄부터 가을까지, 포크 팝에서 재즈까지. 다루는 장르도 다양하고 표방하는 목적도 갖가지다. 그럼에도, 페스티벌의 절정은 역시 여름이고,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대표 격이다.

대표는 그 명성에 걸맞은 노하우를 보여야 하는 법. 그러나 지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축적된 노하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간 애정을 갖고 지켜본 스스로가 민망해질 정도였다.

CJ가 페스티벌 주인?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은 케이블 채널 엠넷을 연상케 하는 알파벳 M을 새로 명칭에 넣은 데서 알 수 있듯, 올해부터 CJ의 색채를 강화했다. CJ의 기업 전략으로선 괜찮은 판단이었다. 음원 유통-음악 방송-공연 기획으로 이어지는 음악 산업 망을 연계하는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페스티벌에도 유효한지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24일 찾은 페스티벌 부지인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에서 확인 가능한 건 이 페스티벌이 CJ 재벌의 소유라는 인식뿐이었다. CJ의 음식 유통사가 포진되어 있었고, 공연장 광고판에선 종일 CJ 계열사의 홍보 영상이 흘러나왔다.

한국의 페스티벌 티켓 가격은 출연 뮤지션 개런티와 규모를 감안할 때 비싼 편이다.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의 경우 올해 사흘권 티켓을 23만4000원에 팔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적 대중음악 페스티벌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보다 비싸다. 1년 전부터 예매에 들어가는 프리마베라 사운드의 경우, 예매 시 가격은 한국 돈으로 10만 원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션들이 무대를 꽉꽉 채운다.

관객은 돈을 지불한 만큼의 자유와 해방감을 누리기 위해 페스티벌을 찾는다. 이 정도로 비싼 가격을 지불한 관객이라면, 페스티벌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관객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 CJ의 대형 홍보 무대를 지켜봤을 뿐이다.

▲ 많은 비로 인해 진흙탕이 된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 부지의 모습. ⓒ프레시안(정경아)

폭행 논란까지 발생

더구나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의 분위기는 과거 지산에 비해서도 크게 달라져 있었다. 관객들의 자유로운 복장, 개성 있는 깃대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매년 대두되던 경호 업체 직원의 과잉 대응 논란은 더 커졌다.

영국 밴드 모터헤드(Motörhead)의 공연 때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가수 장기하 씨가 공연을 보는 도중, 그를 알아본 주변 관객이 그를 헹가래 했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경호원이 장 씨의 목을 끌어내려 즉시 관객석에서 퇴장시켰고, 이 과정에서 관객과 경호원 간 폭력 시비가 발생했다.

해당 경호업체는 그간 수차례에 걸쳐 관객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주최자인 CJ E&M 측은 이에 대해 그간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누적된 논란이 결국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사태 발생 후에도 경호업체 측이 유명인 장 씨에게만 사과했을 뿐, 폭행당한 관객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한국의 페스티벌 관객은 다른 나라 관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숙한 편이다. 공연장에서 행하는 모싱이나 슬램 등의 과격한 행동 시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 수준이 높다. 뮤지션을 예우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안전 요원이 공연장 곳곳에 존재하지만 좀처럼 개입하지 않는 해외 대형 페스티벌의 사례를 CJ E&M이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경호업체에 주지시켜야 했다.

쉴 곳도 없다

올해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의 날씨는 지난 수년간 가장 좋지 못했다. 둘째 날에는 밤이 되어서야 비가 그쳤고, 이틀간 내린 비로 인해 마지막 날은 햇빛이 비쳤음에도 온 공연장이 진흙탕으로 변했다.

페스티벌은 하루 종일 공연이 열린다. 그 특성상 관객의 쉴 곳이 많이 필요하다. 주최 측은 돗자리를 펴는 게 불가능한 날씨가 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특히 올해의 경우, 페스티벌 규모를 축소한 탓인지 관객이 쉴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기자는 둘째 날, 헤드라이너(The Chemical Brothers)와 서브 뮤지션(Idiotape) 이전 모든 공연을 포기하고 숙소에만 있었다.

더구나 아직 페스티벌 문화가 단단히 자리하지 않은 탓인지, 비가 오면 잔디밭이 진흙탕으로 된다는 문제를 인지하지 않은 관객도 많았다. 그들에게는 미리 장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안내라도 필요했다. 과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밸리 록 페스티벌이 분리되기 이전, 역시 진흙탕으로 유명했던 해당 부지 내에서 장화를 팔던 이들도 자취를 감췄다.

역시 진흙탕으로 유명한 영국의 글라스톤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의 경우, 비가 내린 부지에 바로 나무조각이나 폐고무를 뿌려 관객의 편의를 도모한다. 이와 같은 준비만 제대로 되었더라도 관객의 반발은 적잖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2년 만에 열린 어려움은 헤아려야 한다. 그러나 '관객의 동선을 줄였다'는 설명의 현실은 공연 규모 축소였다는 인식만 더 강해졌다. 화장실의 수는 줄었고, 캠핑장 규모도 작았다. 전반적으로 올해 페스티벌은 그 규모를 줄여 운영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새 부지 마련에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사흘 내내 들었다. 관객에 대한 예우가 조금만 더 했더라도 "안산은 유명 뮤지션 공연만 보러가는 곳"이라거나 "차라리 (출연 뮤지션을 공유하는)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가겠다"는 비아냥은 듣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대중음악 라이브 공연이 성장하기 좀처럼 쉽지 않은 어려운 환경에서 긴 시간 대형 페스티벌을 이끌어 온 CJ E&M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대자본 포위 논란에도 불구,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이 대형 공연에 목마른 국내 팬의 갈증을 씻어주고 해외 뮤지션들에게 국내 팬의 열정을 알려준 가교 역할을 했다는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주최 측은 이번 페스티벌에 대한 관객의 불만을 보다 진지하게 검토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렇게 페스티벌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비록 실제 숫자에 비해 많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받기 충분하고도 넘치지만) 사흘간 척박한 공연 환경에서 모기떼와 싸우며, 지친 몸을 이끌고 "너희 정말 쿨한 놈들이구나. 다음에 다시 올게!"라는 데이브 그롤(마지막 날 헤드라이너인 그룹 푸 파이터스의 리더)의 탄성을 이끌어낸 8만여 관객의 힘이다.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주인은 한푼두푼 모은 소중한 돈으로 한국 공연 문화를 살찌운 관객이다.

▲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 푸 파이터스의 공연 모습. ⓒCJ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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