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페스티벌 시즌, 누가 나오나?

안산M밸리, 펜타포트 카운트다운

음악 페스티벌의 계절이 돌아왔다. 전 세계를 돌아다닌 페스티벌 마니아, 일년 내내 이 때만 기다린 국내 페스티벌 팬,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각각의 밴드 팬들이 모두 모이는 음악 축제가 여름 주말 밤을 화려하게 불태울 때다.

올해 대표적인 페스티벌은 안산M밸리 록 페스티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다. 슈퍼소닉, 시티 브레이크,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등의 재개최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반면 오는 4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은 새로운 전자음악 페스티벌로 개최된다.

보다 폭 넓은 음악 마니아를 수용하는 대형 페스티벌은 역시 록 페스티벌이다. 안산M밸리 록 페스티벌이 포문을 연다.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에서 개최된다. CJ E&M의 방송 채널 엠넷의 이름을 본뜬 알파벳 M을 페스티벌 명에 새로 넣었다.

이 페스티벌은 2009년, 공연기획사 9엔터가 경기도 이천시의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연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이어받아 CJ E&M이 2013년부터 안산에서 변경 개최했다. 안산으로 이동할 당시 안산시와 손잡고 대형 페스티벌 부지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뜻에서 열리지 않았다.

안산M밸리 록 페스티벌은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공유한다. 덕분에 예산, 시장 규모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 단독 영입이 어려웠던 대형 뮤지션들을 대거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밸리록페, 2년 만에 개최

올해의 헤드라이너(공연 메인 스테이지의 마지막 시간 연주자)는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birds, 금), 케미컬 브러더스(The Chemical Brothers, 토),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일)다.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버즈는 국내 팝 팬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영국의 록 밴드 오아시스(Oasis)의 리더 노엘 갤러거가 밴드 해체 후 새로 만든 팀이다. 이미 여러 차례 내한을 통해 한국 팬에 대한 애정을 밝혀 온 노엘 갤러거는 이번 무대에서도 새 앨범 수록곡은 물론, 오아시스 시절의 히트곡을 여럿 연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큰 환호를 받았던 케미컬 브러더스는 1995년 데뷔한 맨체스터 출신 일렉트로닉 듀오다. 록 사운드를 방불케 하는 강한 드럼 사운드와 공간감 큰 음악적 특징으로 '빅 비트(big beat)의 제왕'으로 불려왔다. 공연마다 이색적인 무대 영상과 화려한 레이저 쇼를 연출하는 케미컬 브러더스는 올해 세계 최대 페스티벌인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의 어더(Other) 스테이지에서 새로운 공연 무대와 7월 말 발매 예정인 새 앨범 수록곡을 선보였다. 이번 내한에서도 당시와 비슷한 세트리스트와 무대 연출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CJ E&M에 따르면 케미컬 브러더스는 약 30톤가량의 무대 장비를 공수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페스티벌 사상 가장 큰 규모다.

케미컬 브러더스의 무대를 밴드가 원하는 대로 연출하기 위해 주최 측은 메인 스테이지 규모까지 키웠다. CJ E&M 측은 "로보트 세트를 비롯한 대형 무대 장비 설치를 위해 기존 15미터였던 스틸 트러스 높이를 18미터로 올리며 최고의 연출을 위해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트러스는 무대를 받치는 철골 구조다. 많은 무대 연출 장비를 받치기 위해 더 튼튼한 무대 바닥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무대 높이가 기존보다 높아지는 셈이다. CJ E&M 관계자는 "해당 무대를 설치하기 위해 호주의 공연 설비 전문 스태프를 동원했다"고 말했다.


푸 파이터스는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이끄는 록 밴드다. 직선적이고 남성적 냄새가 물씬 나는 록 사운드로 여러 페스티벌에서 수년 간 헤드라이너 자리를 잃지 않은 세계 최정상급 인기 밴드다.

데이브 그롤이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을 앞두고 다리 골절상을 당해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으나, 밴드는 7월부터 잡힌 모든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글라스톤베리의 금요일 헤드라이너였던 푸 파이터스가 불참함에 따라 글라스톤베리에서는 플로랜스 앤드 더 머신(Florence and the Machine)이 헤드라이너로 섰으며, 재결성한 밴드 리버틴스(The Libertines)가 빈자리를 메웠다.

서브 스테이지에는 전자음악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 자리를 놓치지 않는 캐나다 DJ 데드마우스(deadmau5), 올해 글라스톤베리의 서브 스테이지에서 초연한 국내 일렉트로 트리오 이디오테이프(Idiotape), 소울과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인 드럼 앤드 베이스를 혼합한 영국의 루디멘탈(Rudimental)이 헤드라이너로 선다.

데드마우스는 202대의 무빙 라이트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며, 루디멘탈은 11인조의 풀 라이브세트 무대를 꾸민다. 이디오테이프의 경우 이번 공연이 유럽 투어를 마치는 피날레의 성격을 띤다.

이 외 90년대를 풍미한 '슈게이징' 밴드 라이드(Ride)와 해외 음악 비평지가 크게 주목하는 블루스 신인 벤자민 부커(Benjamin Booker), 여러 차례의 내한으로 국내에서 인지도 높은 투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 헤비메탈 신의 거장 모터헤드(Motörhead), 영국이 주목하는 신인 드렌지(Drenge) 등이 무대를 꾸민다.


국내 뮤지션으로는 최근 홍대 신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혁오를 비롯해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칵스, 갤럭시 익스프레스, 라이너스의 담요, 노라조, 다이나믹 듀오 등 페스티벌 팬 사이에 익숙한 이름들이 안산을 찾는다. 노라조와 다이나믹 듀오 모두 라이브 세트로 무대를 꾸민다.

특히 올해부터는 신인 뮤지션과 기성 뮤지션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콘셉트의 '튠업 스테이지'가 새로 마련됐다. 김완선이 코어매거진과 한 무대를 꾸미고 가리온은 해리 빅 버튼과 한 무대에 선다. 이 외 동물원 출신의 김창기, 하림, 정원영 밴드 등이 여러 신인 뮤지션과 색다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3년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바닷가 특유의 습기와 모기 떼로 인해 관객의 불편함을 낳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산시와 CJ E&M은 올해 5월 대규모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아울러 2013년 당시 매표소와 캠핑장으로 운영한 1만평가량의 부지를 주차장으로 바꾸고, 매표소는 페스티벌 부지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새롭게 마련해 관객의 이동 편이성을 높였다.

CJ E&M 측은 "밸리록페 개최 한 달 반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2015 BETTER PROJECT'를 단행"했다며 "밸리록페 부지에 들어서는 순간 동선부터 각종 편의사항 까지 달라진 점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펜타포트에는 넥스트 추모 무대 마련

국내에 페스티벌 문화를 처음 소개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도 8월 7일부터 9일까지 인천 송도 펜타포트 파크에서 열린다.

'최초' 프리미엄이 무색하게 안산M밸리 록 페스티벌(과거 지산 밸리)이 등장한 후, 펜타포트는 대표급의 이름을 한 동안 잃어왔다. 그간 후지 록 페스티벌과 뮤지션 섭외 업무를 시행했던 관계자들이 9엔터를 설립해 안산M밸리와 뮤지션 연계를 이어갔기 때문.

그러나 행사 일정을 늦춰 관객 중복을 피하는 한편, 보다 록 페스티벌 정체성에 맞는 강렬한 사운드 중심으로 색채를 강화하면서 펜타포트는 다시금 옛 영광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펜타포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케미컬 브러더스와 함께 90년대 전자음악 폭발을 이끈 프로디지(Prodigy)와 독일 헤비메탈의 대표주자 스콜피언스(Scorpions), 그리고 90년대 한국 대중음악 판도를 바꾼 서태지다. 이들이 사흘간의 헤드라이너를 맡는다. 안산M밸리 록 페스티벌에 견줘 밀리지 않는 이름값이다.

서태지는 직접 주최했던 ETP페스티벌 이후 처음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적잖은 한국 대중음악 팬이 서태지를 통해 록 음악과 페스티벌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그의 페스티벌 참여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자주 공연을 하지 않는 뮤지션이지만, 솔로 앨범 수록곡과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히트곡을 새롭게 편집한 곡들을 대거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출신의 프로디지는 펜타포트와 일찌감치 인연을 맺을 뻔한 뮤지션이다.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999년, 펜타포트의 전신이었던 국내 첫 야외 페스티벌인 트라이포트에 참여했기 때문. 그러나 당시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페스티벌이 도중 취소되면서 무대에 서지 못했다. 초기에는 레이브 중심의 테크노 사운드를 연주했으나 1997년 발표한 3집 [더 팻 온 더 랜드(The Fat on the Land)]에서 과감하게 수용한 빅 비트 사운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대중음악의 판도를 록에서 전자음악으로 뒤바꿨다. 당시 푸 파이터스의 데이브 그롤이 얼터너티브 열풍 이후 시들해진 미국의 기타 록을 비판하며 프로디지를 극찬한 발언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스콜피언스는 여러 차례의 내한으로 국내 팬에게 익숙한, 이제는 전설의 반영에 든 독일 출신의 대형 밴드다. 지난 1965년 데뷔 후 올해 3월까지 총 18장의 정규 앨범으로 1억장 이상의 앨범 누적 판매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스콜피언스 데뷔 50주년인 만큼, 그간 이들이 발표한 히트곡을 총 망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 영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포스트 개러지 밴드 더 크립스(The Cribs), 영국 출신의 기타 팝 밴드 쿡스(The Kooks), 강렬한 록 밴드 유즈드(The Used), 서정적이고 몽환적 구성의 곡을 연주하는 덴마크 출신 밴드 뮤(MEW), 남성들의 노래방 필수 애청곡(?)이었던 '쉬즈 곤(She’s Gone)'의 스틸하트(Steelheart) 등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뮤지션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넥스트(N.EX.T)다. 지난해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페스티벌 무대에 복귀한 넥스트는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신해철 추모 무대를 꾸민다.

한국 록의 신화적 존재인 산울림을 이끈 김창완의 김창완 밴드, 이제는 방송인으로서도 입지를 굳힌 윤도현이 이끄는 와이비(YB), 한국 스래시 메탈 신의 대표 주자 크래시(Crash),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펑크 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아시안 체어샷, 영국적 사운드를 선보이는 솔루션스도 참여했다.

색다른 성격의 뮤지션도 눈길을 끈다. 꾸준한 해외 투어로 유럽 등지에서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퓨전 국악 밴드 잠비나이, 재즈와 댄스를 총망라하는 넓은 음악 세계를 지닌 선우정아, 한국의 대표적 레게 밴드인 김반장과 윈디시티 등이 강렬한 사운드의 무대 사이에서 새로운 색깔을 선보일 예정이다.

펜타포트는 야외 페스티벌이지만 인천 송도로 부지를 옮겨 관객의 접근성, 편이성이 뛰어나다. 서울에서의 이동 편이성이 높고 인근 호텔 등을 활용한 숙박 패키지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예스컴 측은 부지를 송도국제도시로 옮긴 후 "페스티벌만 즐기러 인천을 찾던 이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송도 구석구석을 이용하는 관객이 늘어났다"며 "인근 유명 음식점과 NC큐브 쇼핑몰을 공연 중간에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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