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미국 진짜 의도는 따로 있다?

[토론회] 한국의 충성도 시험하는 '리트머스지'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미국이 한국을 시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드 배치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충성도를 시험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것이다.

23일 (사)한반도 평화포럼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사드의 대북 억지, 실효성을 묻는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이 자국의 지역(동북아) 정책에 대해 (한국이) 어느 정도의 충성도가 있느냐를 확인하는 이슈로 삼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사드 배치 문제가 한국에서 본격화된 것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사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향후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를 검토하기까지 했다며 양국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정부 공식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한 야전 사령관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 위원은 이를 한국을 시험해보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망을 만드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미국이 사드 배치보다는 한미일 3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방한했을 때 사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대공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용어를 썼다"면서 "사드 배치 문제는 후퇴하고 있는 것 같고, 미국의 진짜 의도는 한미일 동맹을 통해 공조 체제를 강조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로 사드 배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연구위원은 프랭크 로즈 국무부 차관보가 "한반도에 대한 잠재적인 사드 배치 결정을 고려하고 있지만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드 배치 문제가) 야전사령관 수준이 아니라 국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국무부와 백악관이 외교적인 측면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계산이 끝난 것"이라며 "사드 배치 가능성을 이전보다 더 열어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를 추진할 수 있을까? 김 편집장은 "사드 논쟁에 실체가 없다. 사드로 인해 파급되는 정치적 효과가 있을 뿐"이라며 "내년 총선쯤 되면 야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이용될 것이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 정부 내에서 사드 배치가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서 위원은 "10월에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거나 4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상황이 악화되면 사드 배치 쪽으로 좀 더 진전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적인 도발을 할 경우 사드 배치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 사드 시험 발사 장면 ⓒAP=연합뉴스

시험 결과도 신뢰하기 힘든데…성능 믿어 달라?

한편 실제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방어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동엽 연구위원은 "한반도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KN-02와 스커드 B,C 로 대부분 대기권 내인 100km 내 또는 150km 이하의 저고도로 비행한다"며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로 이를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지난해 3월 북한이 동해 상으로 발사한 '노동' 미사일이 최고 고도를 160km까지 높이고 비행 거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발사했다면서, 북한이 이런 식으로 노동 미사일을 발사하면 기존에 한미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저고도 요격체계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회적으로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 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km가 넘는다"며 "사거리가 300km인 스커드 B와 500km인 스커드 C로도 남한에 대한 공격이 충분히 가능한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노동 미사일을 쓸까?"라고 반문했다. 노동 미사일이 남한이 아닌 일본이나 주변 국가들에게 쓸 수 있는 무기체계인데 굳이 남한에 사용한다는 것이 군사 전략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궤도를 높이는 방식은 비행시간이 길기 때문에 감시와 추적에 노출되고 비행제어가 어려워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이런 식의 발사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사드 성능 시험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16번의 시험이 있었는데 이중에 5번은 장비 결함이나 기상 상황 때문에 취소됐다. 또 11번 중 10번을 성공했다고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는 "11번 시험 중에 지대지 미사일로 실험한 적은 없고 대부분 대형 수송기에서 떨어뜨린 미사일을 맞추는 식이었다"며 "심지어 2012년 시험 때는 미사일에서 추진체와 탄두를 분리시키지도 않았다. 사드 미사일이 탄두를 맞춘 것인지 몸체를 맞춘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레이더로 수송기를 보고 있다가 미사일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이걸 사드 미사일로 잡은 것을 성공했다고 선전하는 건데, 이런 실험 결과를 믿어 달라는 것인가"라며 제대로 된 사드 성능 시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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