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30대 이동학 vs. 486 이인영 공개 논쟁

"사회 비전 제시 못해" vs. "혁신위, 가치 지향해야"

새정치민주연합 내 30대 청년 세대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4)86세대' 간에 논쟁이 붙었다. 청년 혁신위원인 이동학 위원이 15일 '86'세대의 리더 격인 이인영 의원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내년 4월 총선 '약세 지역 출마'를 요구하면서부터다. 이인영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절하는 답장을 보냈다.

이동학 혁신위원은 이인영 의원에게 쓴 공개 편지를 통해 "20대 시절 전국 대학생들의 어깨를 나란히 만들고, 독재자들에게 당당히 저항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선배님들의 역사가 때론 부럽기도 했다"면서 "그에 반해 우리 세대는 20대 개새끼, 88만 원 세대, 3포, 5포를 거쳐 7포 세대, 캥거루, 니트 등 온갖 신조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못난 세대로 살고 있을까요"라고 운을 뗐다.

이동학 "86세대, 후배 세대 걷어차고, 사회 비전 제시 못해"


이 위원은 "많은 국민은 과거 386 청년들의 국회 등원을 반겼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불과 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586으로 전락해버린 선배님들에게 많은 국민이 느꼈을 허탈함을 저희 세대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86세대에게 실망한 점 가운데 "하나는 후배 세대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선배님들을 응원할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했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낼 후배 그룹과 소통하지도 않았다. 그러는 새 우리 당의 대의원 평균 나이는 58세에 이르렀고, 이대로 가면 2년 후 전당대회를 환갑잔치로 치러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동학 위원은 "다른 하나는, 시대는 빠르게 변해왔고, 또 변해 가는데, 우리 사회의 새로운 어젠다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아마도 하청 정치라는 비판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며 "지금의 계파 전쟁이라고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이제는 선배님께서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되어주시는건 어떻습니까"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 출마,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 출마 등을 언급한 뒤 "정치인은 평소엔 정책으로 말하지만 선거 때는 출마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의원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약세 지역'으로 뛰어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학 위원은 "정치인 이인영의 선택은 혼자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뿐 아니라 야권 전체의 혁신, 나아가 대한민국의 혁신이란 큰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의 날개짓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동학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이인영 "내가 지역구 바꾼들 무슨 보람?"

청년 세대 이동학 위원의 공개 편지에 대해 86세대 이인영 의원은 자신이 지역구를 바꾼다고 혁신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혁신위원회가 노동 문제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인영 의원은 이동학 위원의 공개 편지에 대해 "정치 한 번 제대로 할 기회조차 못 가진 후배들의 절박한 열망과 가슴도 안타깝게 느꼈고, 저와 같은 선배 정치인들에게 기대했던 수많은 국민의 기대와 실망, 분노도 전해져 온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저는 지역 구도를 넘는 정치보다 정치이념이나 정치노선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며 "오늘 우리당 혁신의 방향이 올바른 가치를 추구할 수 없다면 제가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들, 또 거기서 당선된들 아니면 낙선한들 어떤 보람이 있을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다"고 이동학 위원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이 의원은 "지역구를 옮기라는 (이동학 위원 주장의) 이면에 솔직히 제 지역구가 서울에서 좋은 지역구라는 편견이 있다면 불편하다"며 "아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운동권 시절의 이상이 숨 쉬던 구로라서 찾아갔던 지역구였는데, 구로구을에 비해 구로구갑인 제 지역구는 참 많은 지역 편차가 있었고 지지기반도 약했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지역구를 옮길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철새처럼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구로구민에 대한 저의 첫 약속을 가급적 지키고 싶은 점도 저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라며 "지역구라는 또 하나의 제 자리에서 만났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저 같은 정치인이 쌓아야 할 작은 신뢰의 하나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비정규직 위기 외면한 혁신안은 반쪽"

이 의원은 화제를 바꿔 "얼마 전 혁신위와 간담회 때 저는 우리 당이 가야할 길과 관련해 노동이 있는 복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하면서 '86세대 약세 출마'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위원회의 '가치 지향'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칼날을 86세대에서 혁신위로 되돌린 것이다.

이 의원은 "저도 달라지려고 했다. 제가 노동자나 노동 운동 출신도 떠나는 환경노동위원회를 자임해서 찾아들고, 비정규직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 노동3권의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과 조금이라도 함께 하려 했던 이유도 딴에는 초심의 정치를 지키고자 했던 결단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혁신위를 향해 "정리해고,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3권의 위기를 외면하면 우리 당의 혁신은 반쪽"이라며 "우리 당 혁신의 길이 친노를 뛰어 넘어 가치를 추구하는 쪽으로 더 담대하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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