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 소식이 들린 후 거의 즉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특별법을 포함해 모든 일정을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모든 협상을 중단한다"며 "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 메르스 병란, 국회와 국민의 극복 노력에도 뜨거운 물을 끼얹어 버렸다"며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을 향해 "약속과 정치적 신뢰가 지켜지길 기대한다. 오늘 국회의장의 재의 안건 부의 일정부터 시작해야 될 것"이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再議)에 부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국회를 '올 스톱'시키겠다는 경고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선전포고"라고 강경하게 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던 중, 이 원내대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모든 의사일정 중단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새정치연합은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다른 법률안들은 논의를 중단하겠지만 메르스 관련 입법들만은 처리해 주겠다는 입장이었고, 박 원내대변인 역시 이같은 기조로 당의 입장을 설명하던 중이었으나 이 원내대표의 전화를 받고 '강경 모드'로의 선회를 알린 것.
'전환'의 배경과 관련, 박 원내대변인은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 가능성에 대해 말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예상됐지만 너무나 상처 깊은, 충격적 언어로 거부를 했기 때문에 모든 (국회) 일정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박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기 위해, 의회와 국회의원 전체를 싸잡아서 심판의 대상으로 치부하며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선전포고를 했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당리당략에 의한 정략적 정치행위로 몰며 맹비난하고, 경제 실정(失政) 등 정부의 무능을 국회 탓으로 돌리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정쟁을 부추기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의회에 대한 비난과 정치 불신에 가득한 막말"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국회법 재의요구에 대해 즉각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또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장본인인 만큼, 재의결에 적극 동참해 국회의 품격과 자존감을 지켜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