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과 '비박' 간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겼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작심한 듯, 유승민 원내대표와 정치권을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쐈다.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와 "정부 여당"을 갈라치기, 별개의 정치 세력인 것처럼 지적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여권 내 친박계와 비박계를 구분한 것이며, 비박계를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도 거세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매년 800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아시아문화전당'처럼 자신들이 급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빅딜을 해서 통과시키면서, 민생과 일자리 창출 법안을 몇 회기에 걸쳐서도 통과시켜주지 않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언제나 정부의 책임만을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문화전당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숙원 과제'였고, 유 원내대표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 관련 법을 처리했다.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를 겨냥한 듯 "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저도 당대표로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무수히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기까지 어려운 고비를 넘겨서 당을 구해왔던 시절이 있었다. 당선이 되기 위해 정치권에 계신 분들의 한결같이 말씀은 '다시 기회를 준다면, 다시 국민들이 기회를 주신다면 신뢰정치를 하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에 가까운 선언을 했다. 그러나 신뢰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그 정치적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 도덕적 공허함만이 남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며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행정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만듦으로서 국정의 심각한 지체와 퇴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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