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 당국 간 대화 안 할 이유 없다"지만…

한미 군사훈련, 비방중상 중단 등 조건 내걸어

북한이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난해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비방·중상 중단 등 분위기 개선을 위한 조건을 언급해 실제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화국 정부 성명'은 국가를 대표한 최고 수준의 입장 표명이다.

북한은 15일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의 기치따라 북남관계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제목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북남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그러면서 남북 간 신뢰와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비방·중상 중단 △교류 협력을 가로막는 법적·제도적 장치 철폐 △체제 통일 추구하지 말 것 △민족 문제를 외세와 공조하지 말 것 등의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북한이 요구한 조건을 남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방어적'이며 '연례적'인 훈련이라고 강조해왔고 비방·중상과 관련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헌법에 보장돼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관해왔다.

또 정부는 남북 간 교류 협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법적·제도적 장치'인 5.24조치를 철폐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은 할 수 있지만,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여기에 북한이 '체제통일의 전위부대'라며 맹비난했던 통일준비위원회는 여전히 건재하며, 북한 인권 문제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간의 회의에서도 다뤄질 만큼 국제적인 의제가 됐다.

남북 간 현안 중 어느 것 하나도 합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올해가 광복 70주년, 6.15 정상선언 15주년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시기인만큼, 북한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남한에 떠밀고 자신들은 남북관계에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불과 수개월 전, 남쪽 당국과는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근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일삼았던 북한이 "대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대외적으로나마 분명한 변화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전에도 조건을 내걸었지만, 아예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대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당장 이 성명으로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입장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오히려 이 성명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당장 남북이 마주 앉는다고 해서 어떤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고, 이는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남북이 이벤트성 행사, 예를 들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같은 행사라도 합의한다면, 관계 개선의 계기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제조건 없이 당국 간 대화의 장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성명은 "북한은 부당한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당국간 대화의 장에 나오는 한편, 남북간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민간 교류에도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최근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 "북한 스스로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분위기를 마련해 가야 한다'고 밝힌 만큼,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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