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비노 그룹에서는 대체로 '혁신위원 면면을 보면 진보 성향이 너무 강해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혁신위 구성이 계파적으로 당내 주류인 범친노 그룹과 가깝다며 이 부분을 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비노 그룹의 좌장 격인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위 인선 발표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2.8 전당대회 당시 비노계 대표 주자로 나섰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김상곤 위원장의 혁신위 활동을 적극 돕겠다면서도, 당 일각의 호남 다선의원 인적교체 논의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공개 표명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김 위원장과 약 3시간에 걸친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평소 지론인 '호남 물갈이론 반대' 등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내대표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앞으로 혁신위원회의 활동에 도움을 달라고 했고 나 또한 힘껏 돕겠다고 했다"면서, 자신이 "최대의 혁신은 정권 교체다. 공천 혁신 기준은 당선 가능성으로 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데 대해 김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현재 당내 비노 그룹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은 광주 지역 3선인 박주선 의원의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다. 박 의원은 "(혁신위원) 거의 다가 운동권·친노 성향을 가진 분들로 평가된다"며 "(당이) 중도개혁정당으로 이념과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렇게 갈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호남 다선은 무조건 물갈이해야 한다면, 앞으로 호남에서 경륜 있는 정치인이 나와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친노·운동권은 항상 호남을 때리고, 호남을 구(舊)정치세력으로 몰아야 본인들이 산다는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비노 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 및 당직자들이 대체로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기도 하다. "너무 운동권(위주 인선)이다",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반응들이 들리고 있다. '4선 이상 불출마'를 주장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가 혁신위원으로 포함된 것과, 김한길 전 대표가 바로 4선 의원인 것을 연결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비노 쪽에서는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대표의 당직 인선까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 지난달 말 사표를 제출한 양승조 사무총장과 공석인 전략홍보본부장 등이 당직 인사 대상이다. 총선을 앞두고 임명되는 사무총장은 공천 작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노계를 배려하는 이른바 '탕평' 인사를 한다면 당 내 반발은 가라앉겠지만, 이 경우엔 또 '계파별 나눠먹기냐'는 말이 나올 것이 불문가지여서 문 대표로서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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