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매뉴얼도 있었는데 골든타임 놓쳤다

[전진한의 쓴소리] 행정의 골든타임과 메르스 사태

정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첫 확진 이후 18일(6월 7일 오전 11시) 만에 메르스 발생 및 경유 병원 정보를 공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한 정보 공개 요청과 싸늘해진 민심에 중앙 정부가 드디어 반응을 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접촉자들이 발생했고, 민심은 들끓고 있으며 전 세계는 한국의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향후 이 문제에 대해서 한국 사회는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지 분석해보도록 하자.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행정의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이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 사회에서 국가 행정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재난이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국가 행정은 국민들에게 위험성을 공지하고,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해야 한다.

이 정보를 공개하는 시점은 전문가들과 의논해야 하고, 공개의 위험성과 실익에 대해 이익형량을 평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시민들은 동요하고 불안해한다. 그 결과 사적 정보 유통을 의존하게 되고, 유언비어가 창궐하게 되며,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바로 지난 18일 동안 생생하게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는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으며, 각종 모임은 취소되고, 국제 사회에서는 메르스 '민폐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사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정부 3.0 캠페인'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정부 3.0 캠페인을 위해 수많은 교육과 재정을 쏟아 부었으며, 각 공무원들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 많은 공력을 들였다.

그러면 각 공공 기관마다 각종 포스터와 현수막에 장식되어 있는 정부 3.0 캠페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정부 3.0이란 신뢰 받는 정부, 국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공공 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며 소통·협력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에 최대 역점을 두는 새로운 정부 운영의 패러다임이다.

ⓒ청와대

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0 캠페인을 메르스 사태 해결 과정과 접목시켜 보자.

메르스 환자가 확진되면 국민 행복을 위해 관련 병원 정보와 환자 치료 과정 및 접촉자들의 이동 경로를 적극적으로 개방, 공유한다. 또 청와대와 중앙 정부(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등) 및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에게 위 정보를 전파해 칸막이를 없애고 범정부적인 대책본부를 만든다. 아울러 불안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각종 예방법과 위험성을 연령에 맞게 맞춤형 정보를 각종 매체 및 문자를 통해 제공해, 시민들을 진정시킨 뒤 이번사태를 차분히 해결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18일 동안 관련 병원의 반발과 시민들이 불안케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일관했고, 시민들은 관련 정보를 사적으로 유통시키며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바빴다. 재난 문자는 사태 발생 17일이 지난 6월 6일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시민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나마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사람들은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를 통해 불만을 쏟아냈다. 많은 시민들은 이런 뒤늦은 정부의 움직임에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3.0 캠페인은 이런 국가 비상사태와 분리해서 시행하라고 있는 캠페인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 3.0 캠페인은 이번 사태에 전혀 적용되지 않아 또 다른 부처 칸막이를 만들었다.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정부 3.0 추진위원회는 이번 사태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오히려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 사태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정확한 인지한 서울시청이 메르스 사태 해결의 고리를 제공했다.

이제 메르스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향후 보건복지부를 포함해 관련 부처들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관련 전문가들과 논의해 정보 공개의 범위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숨겨져 있던 민낯을 다시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결국 정부의 리더십은 행정의 골든타임에서 결정되고 골든타임의 성패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향후 메르스 사태의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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