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봇물 터진 전관예우 의혹…총리감 맞나?

박원석 "이건희 변호 의혹도…위임인 즉각 밝혀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전관예우'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직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던 황 후보자가, 이후 변호사 생활을 하며 1년 동안 부산지방검찰청 수사 사건만 6건 이상 맡은 것은 '신종 전관예우'라는 지적이 일단 제기돼 있다.

또 황 후보자가 2012년 3월 28일 수임한 '상속회복청구' 사건이, 실제로는 삼성그룹 상속분쟁 중 이건희 회장 측을 대리한 사건일 가능성 또한 떠올랐다. '삼성 X파일' 수사 책임자였던 경력을 활용한 사건 수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심까지 유죄 판결이 내려졌던 한 기업인의 횡령 사건이, 황 후보자의 수임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일도 있었다. 당시 대법원 주심 대법관은 황 후보자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국회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위원인 박원석 정의당은 의원은 30일과 31일 연이어 황 후보자를 겨냥해 이 같은 의혹들을 제기했다.

우선 황 후보자의 6건의 부산지검 사건 수임은 현행 변호사법을 우회한 '신종 전관예우'라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법조윤리협의회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공직 퇴임 변호사의 사건 수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황 후보자는 2011년에는 부산지검이 수사 중이었던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임했다.

2012년에는 공직선거법 사건만 4건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변호사법이 퇴임 전 1년간 근무했던 법원 및 검찰청 등 국가기관 사건에 대해서만 퇴임 후 1년 동안 맡을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을 피해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망 피하려 하위기관 사건 맡았나…삼성 상속분쟁 사건 수임 의혹도

황 후보자가 2012년 3월 28일 수임한 '상속회복청구' 사건이 사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측을 대리한 것이라는 의심은 시기와 황 후보자와 삼성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서울중앙지법 관할이었던 당시 상속회복청구사건은 황 후보자가 법무법인 태평양에 재직하며 맡은 119건 중 유일한 민사 사건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공안·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 사건을 맡은 것부터 이례적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건희 회장 측은 같은 해 3월 26일 법원에 태평양 소속 변호인들을 포함한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세종과 원, 그리고 태평양 소속 각 2인으로 구성된 6명의 대리인단이다.

물론 법조윤리협의회가 국회에 제출한 후보자의 수임 내역 자료에는 사건번호와 위임인이 가려져 있어, 황 후보자의 상속회복청구 사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박 의원은 이에 31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황교안 후보자는 이 회장의 사건을 수임한 적이 있느냐"면서 "2012년 수임한 상속회복청구 사건의 위임인이 누구인지 즉각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후보자가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다는 사실도 박 의원의 의심을 키우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재직하며 X파일을 수사한 황 후보자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 등 삼성 일가의 상속분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이런 경우 전관들이 자신이 이 사건을 수임했다는 것을 기록에 남기지 않기 위해 소송 중간에 들어갔다 판결이 나기 전에 빠진다"면서 "사건 초반에 들어가서 전관으로서 세 과시를 하며 역할을 하고 뒤로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황 후보자가 이건희 회장의 상속분쟁 사건을 맡은 사실이 없으며, 황 후보자가 맡은 사건은 사인간 상속회복청구 사건으로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건 위임인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말이 아니라 증빙 자료를 근거로 해명하여야 할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박원석 "의혹 사건 수임료, 용처, 신고여부 밝혀야"

황 후보자가 2012년 수임한 청호나이스그룹 정휘동 회장 횡령 사건에도 이목이 쏠린다. 치매에 걸린 모친을 회사 고문으로 등재해 급여 형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했는지를 다툰 이 사건은, 2심까지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었다.

그러나 황 후보자가 사건을 수임하게 된 대법원 재판 때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법원은 2013년 6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서울고법은 그해 10월 무죄를 확정했다. 황 후보자는 2013년 3월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정 회장 측 변호인단 교체 과정이다. 정 회장 측은 2심 때까진 태평양의 변호를 받다가 대법원 사건 접수 후엔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로 소송 위임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황 후보자는 변호인 교체 후인 2012년 6월 22일 이 사건을 수임했다. 본인이 몸담고 있던 로펌이 변호하고 있지도 않은 사건을 맡게 된 것이다.

박 의원은 이에 당시 재판부였던 대법원 2부의 주심 김용덕 대법관과 황 후보자가 경기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전관예우 재판부와의 사적 관계를 통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이번 사건이야말로 공정성에 오해를 일으킨 악성 전관예우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면서 "해당 사건의 수임료와 용처, 그리고 신고 여부 등을 밝히고 이를 증명할 자료 등을 조속히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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