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4600억 부족…박근혜는 뭐하나?

지방채 발행·일부 국고 지원하면 끝?…'급한 불'도 못 끈 미봉책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책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각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라고 발표하자, 교육감들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비를 아예 없애란 얘기'라며 강력 반발 중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나온 것은 지난 13일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각 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하고, 교육청별로 편성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의무지출 경비 지정, 즉 예산을 누리과정에 우선 편성하지 않으면 다음 해 예산을 삭감하겠다고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편성 강제를 따라 각 교육청이 예산의 10%가량을 누리과정에 책정하면, 교육청 예산은 '파탄' 수준에 가까워진다. 일례로 인천시의 경우엔 1년 교육청 예산 2조7000억 원 중 인건비 등의 경직성 경비(93.2%)를 제외한 가용 재원은 1600억 원인데, 누리과정 부족 예산만 1500억 원에 이른다.

이 교육감은 이에 14일 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면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비를 줄여서 누리과정 재정을 채워야 한다. 교육 행정이 이루어질 수가 없는 사정"이라고 호소했다.

지방채 발행·5604억 지원?…'급한 불'도 다 못 끈 미봉책

일각에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한 지방채를 최대 1조 원까지 발생할 수 있게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말 여야 공방 끝에 2015년도 누리과정 예산 순증비 5604억 원을 정부가 목적예비비로 편성했기 때문에 교육청의 예산 편성 물꼬가 트였다고 주장한다.

당장 2015년도 누리과정은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급한 불'은 껐다는 얘기다.

그러나 교육청들의 설명은 다르다. 현재 전국의 누리과정 미편성액은 1조7036억 원. 목적예비비로 편성된 국비 지원액 5604억 원과 지방재정법 개정과 함께 최근 교육부가 지원하기로 한 정부 보증 지방채 8000억 원을 더해도, 여전히 4600억 원이 부족하다. (☞관련 기사 : 서울·경기·인천교육감 "누리과정 4600억 부족")

정부는 이 부족한 4600억 원을 시·도 교육청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강원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지난 11월 11일 강원도청 앞에서 '정부의 교육 재정 떠넘기기 규탄 및 대선공약 이행 촉구'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교육감들은 당장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국세 비율 20.27%인 교부금을 25.27%로는 상향해야 누리과정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이 그나마 가능한 상황이란 설명이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경기도의 경우엔 누리과정에 교부금의 13%가 들어간다"면서 "그 13% 액수 만큼 초·중·고 학생들이 받아오던 교육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부금 액수를 늘려주지 않으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 편성하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이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지방교육의 중대한 위기다. 지방교육을 어떻게 해나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누리과정 예산을 왜 교육청이 부담하나?

애초에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정부가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됐다. 게다가 교육청의 본래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보육 지원 정책이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교육청 예산 편성 의무 또한 법적 근거도 미약하다.

인천시의 이청연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을) 시행령에서는 교육재정에서 부담하라고 돼 있고 상위법인 법률에선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라고 되어 있다"면서 "법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보육과 관련된 것은 보건복지부에서 책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 한다면 상위법을 위반하면서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라는 얘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작년 말 예산 국회에서 벌어졌던 누리과정 예산 책임 논란이, 올해 말에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도 자명하다.

지난해에는 순증액 5604억 원을 지원하고 지방채 발행을 가능케 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는 데에서 여야가 합의하고 그쳤지만,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올해에는 예산 전액에 대한 '국비 지원'을 못 박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누리과정 정책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를 즉각 중단하고, 예산 전액을 국고로 편성하거나 교부금의 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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