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대법관'이 탄생했다. 6일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동원,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단독 표결 처리했다. 재석 158명에 찬성 151명, 반대 6명, 무효 1명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 여당이 단독 처리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지난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수사과정에 참여했던 박 후보자는 당시 고문 수사 은폐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야당은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치며 박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규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이날 오후 5시 17분 경 열린 본회의에 불참했다.
다만 새정치연합 박완주, 전해철 의원이 의사진행발언, 즉 사실상 '반대 토론'을 하기 위해 본회의에 참석했고, 정청래 최고위원 등 일부 의원은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에 항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잠시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표결이 시작되기 전 모두 퇴장했다.
정의화 의장은 "원만한 의정 운영을 위해 수차례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교섭단체의 조속한 협의를 촉구한 바 있다"며 "대법관 공백이 78일간 지속되고 헌법상 3권의 한축으로 국민의 권리 보호와 법질서를 지키는 막중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법부 운영이 적지 않은 차질 빚고 있다"고 사실상 '직권상정'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정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 사법부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따라서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박상옥 후보자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대법관으로 책무를 다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 직권상정 처리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오늘 참 나쁜 선례를 남기는데 대해 모두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은 "대법관은 우리 사회 최후의 양심과 정의의 상징이어야 한다. 국민들은 (앞으로) 박 후보자가 내리는 판결은 물론 사법부의 모든 판단을 불신할 것이다. 국회가 직권상정으로 박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처리한다면, (박 후보자가) 고문치사를 묵인 내지 방조한 것처럼, 국회도 사법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방조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부적격자 대법관을 임명해 임기 6년간 국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는 것이 대법관의 일시적 공백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나라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사건을 담당하고도 축소 은폐 의혹을 받는 사람을 왜 임명해야 하느냐.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임명동의 직권상정은 국회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청문회 과정에서 박상옥 후보자는 너무나 깨끗했다"며 "야당이 억지를 부리는 것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 전가되고, 국민도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붙잡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몹시 피로해 있고 지쳐있다. 오늘 표결 처리를 해 사법 공백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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