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오전 10시에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오늘 본회의에 부의했다"고 밝혔다. 2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국회 교섭단체(현재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2개 정당) 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안건이 본회의에 부의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사실상 직권상정으로 가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여야 합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이날 본회의에서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상태로 전해졌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부의된 임명동의안의 상정 여부에 대해 "부의했으니 당연히 법 절차대로 상정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정 의장의 직권상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78일 동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왔지만, 더 이상 대법관 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박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은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된 만큼, 야당이 들어와서 반대하는지 찬성하는지 입장을 분명히 해 달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직권상정으로 표결 처리하고자 한다"며 "국회의장을 다시 찾아 뵙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직권상정 압박'을 예고했었다.
야당과 민주화운동 단체 등은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내 진보 성향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처리는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최고 권위와 명예를 가진 대법관에 임명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사망선고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은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 뿐 아니라, 법원 내부 및 법조계, 시민단체까지 총 다섯 차례의 반대성명서를 통해 판정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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