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 그리고 세월호 메모리얼

[우석훈 칼럼] 세월호 참사 둘러싼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

사고 이후 1년여의 시간을 끌고, 드디어 정부는 세월호를 인양하기로 결정했다. 워낙 사전 예측이 가능하지 않은 작업이라서 비용에 대한 추계는 불투명하다. 어쨌든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의 상황에 따라 비용은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뒤늦게나마 인양 결정을 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시점에서 세월호 인용 비용과 같은 경제적 얘기와 함께 세월호의 이후 활용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돈과 효과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나 같은 경제학자가 할 일이다. 조금 앞서 간다는 우려와 걱정이 있기는 하지만, 기왕에 세월호를 인양하고 나서 어떻게 하는 게 나은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양된 배를 기념관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스웨덴의 '바사호박물관(Wasamuseet)'이다. 1628년 처녀 항해 당시 바로 침몰한 바사호는 그 자체로 기념관이 됐다. 왕실의 권위를 내보이기 위해 군함을 기형적으로 무리하게 건조한 것에 대한 사회적 반성의 의미가 있다.

일본 가나가와 현 요코하마 시 '닛폰마루 메모리얼 파크(日本丸メモリアルパーク)'에는 1931년부터 1984년까지 '태평양의 백조'로 불리며 활약했던 범선 '닛폰마루'가 항해 시절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요코하마 시민들의 모금으로 전시관이 조성됐다. 이 배는 일종의 항해 장교 연습용으로, 6.26 한국전쟁 당시 군수물자를 싣고 부산항을 통해 한국에도 들어왔다.

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정부와 국민 모금으로 기념할 만한 기관을 항구에 설립한 사례가 있다. 이승만 정권 당시 대통령의 제안으로 하와이 교민들이 성금을 모아 인하대학교를 설립한 것. 교민들은 인천항을 거쳐 고국을 떠난 것에 의미를 뒀다. 인하대학교의 '인'은 인천을, '하'는 하와이를 의미한다.

이런 사례를 생각해볼 때 인양된 세월호는 그 자체로 '메모리얼(memorial)', 즉 추모 기념관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객실에는 그 배에 탔던 이들의 유품 등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게 만들면 어떨까.

세월호를 바지선을 이용해 인천항까지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정비에는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업계 측에서 견적서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통상 업무의 10분의 1로 설정된 업무추진비 범위 내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수리용 도크에서 배를 정비하고 기념관으로 바꾸는 것. 그것은 비용의 문제는 아니라, 사회적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안전과 비용에만 몰두했던 한 시대의 사건으로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생길 것, 빨리 잊고 가자고 할 것인가.

세월호 인양은 결정됐지만, 여러 가지 자연적·기술적 문제로 실제 인양이 성공적으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그래서 정부가 선체 인양을 어렵게 결정한 만큼 과연 선체 활용 방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옳은지, 지나치게 이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

세월호 참사 1년 만에 '실종자를 어떻게 무사히 인양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줬다. 그럼에도 세월호를 인양한 후 '세월호 메모리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한 번쯤은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업의 관점으로만 보면, 인양을 위한 준비에서 인양된 선체의 최종 마무리까지가 연관된 일이기 때문이다.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빨리빨리 처리하고 시대의 아픔을 잊는 게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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