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선체 인양은 정부 시혜 아닌 책임"

"이번 만큼은 약속 지켜야"…'시신 유실 방지 대책' 수립 요구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22일 정부의 세월호 인양 결정에 대해 "환영하지만 아직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제라도 정부가 선체 인양을 하기로 선언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정부의 이번 발표는 우리 피해자와 가족들은 물론 선체 인양을 바라는 국민들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우선 협의회는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선체 인양을 위한 검토를 해왔는데, 지난 1년 동안의 검토 결과가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선 정부가 발표한 인양 방법은 한 단계가 실패하면 보완하거나 회복하기 매우 어려운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선체에 93개의 구멍을 뚫어 크레인과 연결하는 이른바 '플러그홀' 방식으로 정부가 선체 인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세월호의 철판 두께를 감안할 때 한 번 실패하면 다른 대안을 적용하기 어려운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고 꼬집었다.세월호가 1년 넘게 바닷물에 잠겨 있어 철판 부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공법이 선체에 상당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국내외적으로 크레인과 공기 부양 등 여러 방식을 적절히 조합하고 플로팅 도크를 잘 연계하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인양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업체 선정도 하기 전에 인양 방법을 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16일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프레시안(최형락)

아울러 협의회는 정부의 인양 계획에 실종자 수습을 위한 시신 유실 방지 대책이 빠져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세월호 선체 인양의 첫 번째 목적은 9명의 실종자를 모두 가족 품으로 돌려드리는 것"이라며 "세월호 주변에 유실 방지망을 설치하고 선체 내외부에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모든 작업자들이 자동카메라를 이용해 작업의 모든 상황을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협의회는 "지난해 수중수색 중 사고로 사망한 잠수사들이 계신 만큼 선체 인양 과정 중엔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철저한 안전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기름 유출 등 환경오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참사 당시 상당량의 유류가 누출됐고 현재에도 잔존 유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유류 등에 의한 주변 환경의 오염을 막기 위한 대책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로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으면서도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애 써오신 주변 어민들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또 다시 고통을 겪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인양 비용과 관련해서도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공식 협의체를 설치해 선체 인양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약속만 하고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은 정부여당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습은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의무이자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1년이란 시간을 끌며 정치적 계산만 반복해온 정부는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며 "이번 만큼은 약속을 지키는 정부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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