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왜 조희연을 죽이려 하는가?

[다시 보기] 조희연 기소, 무엇이 문제인가

20일부터 시작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국민 참여 재판이 화제입니다. <프레시안>도 성현석 기자가 국민 참여 재판 과정을 매일 지켜보면서 방청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① "고승덕, 미국 영주권자 아니다"…조희연의 운명은? ② 고승덕 "난 '네이버'만 써…미국 쳐다만 봐도 괴롭다")

이번 국민 참여 재판은 검찰이 조희연 교육감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이 2014년 5월 교육감 선거 당시 상대 후보 가운데 한 명인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하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죠. 재판 과정에서 이런 조희연 교육감 측의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되었죠.

결과적으로 조희연 교육감이 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인식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어쩌면 이 때문에 이번 국민 참여 재판에서 조 교육감이 유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고요. 당연히 2심, 3심으로 지루한 법정 싸움이 이어지겠지만, 이 경우 조 교육감이 애초 계획한 서울시 교육 개혁은 사실상 좌초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종적으로 조 교육감의 유죄 판결이 확정이 된다면, 또 다시 재선거를 해야 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설사 조희연 교육감이 선거 과정에서 고승덕 후보를 놓고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시민의 선거로 뽑힌 교육감을 날려버릴 정도로 심각한 일인가요? 그리고 국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공무원'에 불과한 검사 몇몇이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는 이런 기소를 하는 상황이 정상인가요?

<프레시안>은 이런 의문에 답하는데 길잡이가 될 만한 인터뷰를 하나 소개합니다. 지난 2013년 11월 7일 발행한 유종성 오스트레일리아 국립 대학교 교수(아시아 태평양 대학)와의 인터뷰입니다. 당시 유 교수는 아내인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선거를 돕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6개월)을 선고 받았던 터였죠. (유 교수는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 일로 고초를 겪으며 유종성 교수는 명예 훼손 형사 처벌이 '표현의 자유' 더 나아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관련 기사 : 한국 '표현의 자유' 고발한 유종성 교수)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이번 송사에서 느낀 점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송사 과정에서 한국의 표현의 자유를 놓고서 연구도 진행했죠.

유종성 : 일단 명예 훼손을 형사 처벌하는 한국의 법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습니다. 강양구 기자도 명예 훼손으로 고생해본 적 있습니까?

프레시안 : 있습니다. 지금도 대형 병원 한 곳이 명예 훼손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서 고생 중이죠. 취재를 공동으로 했던 타사 기자의 경우에는 형사 고소까지 당했더군요.

유종성 : 명예 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이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010년 6월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을 방문했을 때 형법상 명예 훼손 죄의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반 사무총장의 모국인 대한민국은 명예 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막는 수단으로 쓰이죠.

프레시안 : 외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유종성 : 일단 1997년 이후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명예 훼손의 비형사 범죄화 캠페인을 벌인 결과 유럽의 열다섯 개 나라에서 형법상 명예 훼손 죄를 완전히 삭제했습니다. 인권 후진국으로 거론되는 러시아조차도 2011년 형법상 명예 훼손 죄를 삭제했어요. 2012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의 전면에 나서면서 부활되긴 했지만요. 하지만 푸틴도 징역형과 같은 자유형은 재도입하지 못하고 벌금형(刑)이나 사회봉사형만 강제할 수 있도록 제약을 뒀습니다.

영국은 2010년 1월 형법에서 명예 훼손 죄를 삭제했고, 민사상 명예 훼손 죄를 놓고도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만 책임을 인정하는 새로운 명예 훼손 법을 2013년에 제정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정반대입니다. 한국은 심지어 허위 사실을 공표하지 않아도 즉 사실을 말하고도 명예 훼손 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어요.

프레시안 : 형벌도 5년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혹하죠. 10여 년간 형법상 명예 훼손으로 기소된 숫자도 늘고 있죠?

유종성 : 아래 그림을 보면 1987년부터 2011년까지 명예 훼손 죄로 기소된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거예요. 더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꽃'인 그래서 어느 시점보다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선거 공간에서 '후보자 비방 죄' 혹은 '허위 사실 공표 죄'로 형사 처벌하는 숫자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죠.


프레시안 : 미국은 어떻습니까?

유종성 : 미국의 경우에도 열다섯 개 주에서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 형사 처벌 규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에 엄격한 요건("실제 악의(actual malice)"가 명백하고 "신뢰할 만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문화되었어요. 그나마 대부분의 주(35개 주)에서는 민사상 명예 훼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죄는 후보자에 대한 공적 검증을 가로막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명예 훼손 죄도 정부, 기업, 공인에 대한 감시를 가로막죠.

유종성 : 맞아요. 언론이나 시민이 이른바 '실체적 진실'을 100% 확인한 다음에 의혹을 제기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당장 검찰도 100% 확인하고서 기소하나요? 그렇다면 검찰이 재판에서 지는 일은 없어야죠. 그렇다면, 선거 공간 또 정부, 기업, 공인을 놓고서는 가능한 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해야죠.

명예 훼손 죄, 강자들의 공권력 사유화

프레시안 : 형법상 명예 훼손이 없으면 사회적 약자가 명예를 훼손당하고서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는 반론도 있어요. 민사 소송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부자들만 법에 하소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유종성 : 강 기자나 <프레시안>을 명예 훼손으로 형사 고발한 이들 중에 힘없는 서민이 있었나요?

프레시안 : 대부분은 공직자, 정치인, 기업 등 힘 있는 이들이죠.

유종성 : 맞습니다. 미국에서 과거에 명예 훼손 형사 사건을 분석했더니 대부분 공직자, 정치인과 같은 공인이나 기업인과 같은 부자였습니다. 사회적 강자들이 민사 소송에 더해서 상대방을 괴롭히는 용도로 명예 훼손 죄를 활용하는 거예요. 명예 훼손 죄를 통해서 강자들이 공권력을 사유화하는 겁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명예 훼손은 언론 탄압, 야당 탄압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시에라리온에 가서 형법상 명예 훼손 죄의 폐지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죠. 그렇다면, 반 총장은 대답해야죠. 그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의 형법상 명예 훼손 죄 역시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국이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려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 보고관이 한국 정부에 권고한 대로 당장 형법상 명예 훼손 죄를 폐지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형법상 명예 훼손 죄 또 민사상 명예 훼손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합니다. 한 번 그런 일에 휘말리고 나면 당장 저부터 기사를 쓸 때 자기 검열을 하거든요. (웃음)

유종성 : 형법상 명예 훼손 죄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바로 위축 효과죠. 방금 자기 검열을 지적했습니다만, 다른 기자가 또 시민이 형법상 명예 훼손 죄로 처벌받는 걸 보면서 입을 꾹 다물게 됩니다. 그리고 혹시 형법상 명예 훼손 죄로 걸리지는 않을지 자기 검열을 하게 되죠.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겁니다.

프레시안 : 형법상 명예 훼손 죄가 없으면 뜬소문이 진실인양 유포되리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요.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의 파급력을 염두에 두고서요.

유종성 : 해거드 교수와 쓴 논문의 맨 마지막에 존 스튜어트 밀을 인용했습니다. 밀은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표현의 자유는 100%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첫째, 그것이 옳은 주장이라면 인류는 오류 대신 진리를 얻을 기회를 가지니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죠.

그런데 밀은 설사 틀린 주장이라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왜냐하면, 틀린 주장은 논쟁을 통해서 진리를 더욱더 돋보이게 할 테니까요. 즉, 틀린 주장 역시 그 자체로 사회적 효용이 있다는 지적이죠. 밀의 이런 지적을 염두에 두면, 당장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뜬소문이나 허위 사실을 법으로 단죄할 게 아니라 사회가 여과하도록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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