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우리는 새경제민주연합" 천명

"새경제 제안"…공정·복지 등 '박원순·안철수 키워드'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새경제'로의 대전환"을 교섭단체 대표 연설 화두로 제시했다.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했다는 평이다. '신(新)경제'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러시아혁명 후 레닌 등 국가 지도자들의 대표적 주제였다.

문 대표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경제(New Economy)'를 제안한다"며 "새경제가 기반을 둔 생태계는 공정한 경제이고, 성장의 방법론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하며, 사람 중심의 경제철학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나가는 경제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가 '새경제'이고, 새정치연합은 '새경제민주연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성장 방법론'으로 제시된 소득주도 성장은 문 대표의 지론이었다. 반면 시장 환경과 관련해 강조된 '공정성'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성장동력을 끌어낼 투자 대상으로 꼽은 '복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모두 앞서 새정치연합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연 '정책 엑스포'에서 제시된 논의였다. (☞관련기사 : 박원순 '복지성장론'…文 소득주도성장, 安 공정성장론과 비교) 자신을 포함한 당 소속 대선주자 3인방의 생각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문재인의 '새경제'는 무엇?

문 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제시한 '새경제'란 △시장 환경과 관련된 법·제도 정비 차원에서의 '공정', △성장담론으로서의 '소득주도', △'사람 중심 경제'라고 표현된, 복지 투자 강화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문 대표 본인의 '브랜드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에 당연히 가장 많은 분량이 할애됐다.

먼저 문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부자 감세' 7년이 되었다"며 "지금 그 결과는 어떤가? 재벌·대기업 금고만 채우고 국민의 지갑은 텅 비었다"고 한국 경제의 현실을 규정했다. 그는 "2013년 전체 49만 개 법인 당기순이익 중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 3개 법인의 이익이 37.3%"라며 "(반면) 1619만 근로소득자 중 5500만 원 이하 소득자가 1361만 명으로 84%에 달하고, 심지어 2500만 원 이하가 867만 명 54%"라고 설명했다. "왜곡된 경제"라는 것이다. 그는 "월 급여 208만 원도 안 되는 월급쟁이가 절반이 넘는다"며 "여기서 세금 떼고 대출 이자 떼고 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무슨 소비 여력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실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 OECD·다보스포럼·APEC정상회의·ILO 등에서 추천하고,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경제 대국들이 실천하고 있는 성장방안"이라며 "지갑이 채워져야 소비가 늘어나고 결국 기업도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임금이 1% 증가하면 민간소비는 0.52~0.71%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더 벌어 더 소비하고 더 성장하는 전략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그만큼 소비가 확대되고, 내수가 살면 일자리가 늘면서 성장이 이뤄지는 선순환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의 실행 방안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장 양극화 해결 등을 들었다. 특히 그는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해소와 관련해 이렇게 강조했다.

"노동시장 양극화가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이유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열악한 처우 때문이지, 정규직의 탓이 아닙니다.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처방도 틀렸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쉬운 해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까지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잘못된 처방입니다. 고용이 불안하니 미래가 불안해서 소비를 할 수가 없습니다. 비정규직 고용은 당장은 기업의 비용을 줄일지 모르나, 세계 경쟁에서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밖에 최저임금 인상, 자영업자 지원 대책, 생활비 감소 대책, '부자 감세' 철회 등 앞서 '정책 엑스포' 기조 연설을 통해 언급한 내용도 이날 연설에서 다시 강조됐다. (☞관련기사 : 문재인 "伊 '네트워크 계약법' 같은 중소기업 살리기 방안 필요")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지난 '정책 엑스포' 기간 중 제시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의 기조연설에서 강조된 키워드도 이날 문 대표의 연설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표는 "제가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 경제의 생태계는 '공정한 경제'"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비유로 "고래는 큰 바다에서 놀고, 작은 민물고기는 시냇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발표 주제가 '공정성장론'이었다.

또 문 대표는 "경제에서도 사람이 먼저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며 "복지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동시에 강력한 성장전략"이라고 했다. 박 시장의 발표 주제가 '복지성장론'이었다. 문 대표는 "복지는 공짜, 낭비라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세계적인 경제위기 국면에서 복지가 발달된 북유럽 국가들이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내성도 가장 강하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文, 3년 만에 "사람이 먼저다"…"세월호 시행령 철회,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

경제 외의 정치·사회정책 분야에서는 세월호 문제와 이른바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등을 문 대표는 지적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자신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를 이날 연설에서 다양하게 변주했다. 그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잘 사는 나라"라며 "정치적 해결 없이 경제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여야의 문제도, 보수 진보의 문제도 아니"라면서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고 생명이 먼저인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첫 출발이다. 유족들의 바람도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진상규명 의지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가로막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대통령 약속은 어디 있느냐"며 "대통령과 정부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 아직도 이런 저런 조건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도 철회돼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문 대표가 한동안 적극 공세를 폈던 안보 이슈는 이날 연설에서는 후순위로 밀리고, 내용에서도 '평화'가 부각됐다. 그는 "새누리당 정부는 평화에도 실패했고 안보에도 무능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아까운 장병들과 국민들의 생명이 희생됐고 온 국민이 전쟁의 불안에 떨었다"며 "(이는) 참여정부에서는 없었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힘으로만 지키는 안보는 지속적이지 않다"며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가 가장 좋은 안보이고 경제적인 안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2007년 10.4 선언에서 서해의 분쟁을 항구적으로 방지하고, 경제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가 바로 그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설 처음·끝을 DJ 발언으로…동교동계에 내민 손?

한편 문 대표는 이날 연설의 시작과 끝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채웠다. 최근 동교동계와 친노계 간의 갈등이 일었던 당내 상황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문 대표는 연설 첫머리에서 "1971년 장충단공원에서 신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은 이렇게 말한다"며 김 전 대통령이 "이중곡가제와 도로포장, 초등학교 육성회비 폐지, 기타 지금까지 내가 한 공약에 모두 690억이 필요하다. 오늘날 특정 재벌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면세해 준 세금만 1200억이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한 후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 특권경제가 사라졌는지 되돌아본다"고 했다.

문 대표는 연설을 막바지에 다시 "1971년 장충단공원에서 당시 김대중 후보가 했던 말을 다시 인용하며 연설을 마치고자 한다"며 "특권경제를 끝내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앞서 동교동계가 4.29 재보선을 앞두고 문재인 지도부의 새정치연합을 돕지 말자는 결의를 해 파장이 일었고(☞관련기사 : 동교동계 인사들 '4.29 보선 돕지 말자' 결의),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이 나서며 일단 봉합 수순으로 가는가 했지만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최고위원이 권 고문의 '60 대 40 지분' 발언을 비판하며 권 고문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발끈하는 등 당내 긴장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문 대표는 전날 "권 고문이나 추 최고위원 얘기도 우리가 더 대동단결 하자는 말씀을 한 번 더 강조해주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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